‘허위사실 유포’ 정봉주, 구속되는 날도 MB 겨냥 나꼼수식 독설
볼에 키스마크 스티커 붙이고 수감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정 전 의원이 지지자가 볼에 붙여준 키스마크 스티커를 붙인 채 박영선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천정배(왼쪽) 정동영 의원(오른쪽)의 모습도 보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 전 의원이 구속되기 직전 출석한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대통령후보를 지낸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 등 동료 의원을 비롯해 ‘나꼼수’ 지지자 1000여 명(경찰 추산)이 ‘정봉주’를 연호하며 그를 환송했다. 정 전 의원은 “오늘은 진실이 갇히지만 내일은 거짓이 갇힌다”며 자신의 구속이 정치적 탄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나꼼수’의 ‘묻지 마’ 식 폭로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은 “정당한 법집행조차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구속 전날 고급 호텔에서 송별회를 열었다는 주장도 인터넷을 달궜다.
▶ (영상) “교도소엔 쥐가 많아” 정봉주 전 의원 ‘환송회’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15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검은 정장과 빨간색 목도리 차림으로 출석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의 ‘정봉주 환송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였다. 검찰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22일과 이튿날인 23일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으나 그는 모친의 병원 입원 등을 이유로 “26일 오후 자진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되레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그는 청사 앞에서 기자들에게 “(나의 구속으로) 다시 BBK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제 입을 막고 진실을 가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론의 자유는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꼼수(나꼼수) 친구들과 우리 국민들을 믿는다”고 주장했다. “교도소에는 쥐약이 없어 제가 쥐를 잡으러 간다”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장미꽃과 흰 풍선을 들고 나온 지지자들은 연신 ‘정봉주 힘내라’ ‘정봉주 파이팅’을 외쳤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정동영, 박영선 의원 외에 ‘나꼼수’의 다른 멤버인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씨,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 명진 스님 등이 함께했다. 박영선 의원은 “(정 전 의원이 구속된 근거인)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조항과 관련해 법 개정안을 ‘정봉주 법’으로 이름 짓고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환송’은 ‘나꼼수’가 이른바 ‘정치 예능’으로 불리며 정치적 팬덤(fandom·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추종하는 현상)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구속 전 나꼼수 팀을 통해 인터넷에 공개한 음성 파일에서 “절대로 울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이 울면 저들이 웃습니다”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이날 지지자 중 우는 사람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영국 팝밴드 ‘비틀스’의 명곡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가 울리는 가운데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일종의 ‘정치적 놀이’로 여기는 듯했다. ‘나꼼수’의 김어준 씨는 “(정 전 의원은) 다음에 오실 분을 위해 (구치소에) 지도 방문을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정 전 의원은 즉석에서 부인과 작별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 구속 전날 서울 특1급 호텔에서 송별회 논란
정 전 의원이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자 인터넷에선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정봉주 17대 국회의원 무죄, 대국민 저항권 발동’이라는 청원에는 시작 1주일 만인 이날까지 9만8000여 명이 서명했다. 한 누리꾼은 “온갖 권력을 동원해 나꼼수를 억누르려는 상식을 무너뜨린 판결”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트위터 아이디 ‘uchyi270’은 “대법원은 스스로 권력의 게임을 정봉주 유죄판결에서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jhlee’라는 사용자는 “(정 전 의원을) 즉각 구속 안하고 방치해서 어쩌면 국론 분열 등 더 큰 사건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고 법집행을 옹호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왠지 영화 ‘트루먼 쇼’가 끝난 느낌이다. 영화에서는 쇼가 끝나자마자 감동했던 시청자들이 채널 돌리기 바쁘던데…”라며 ‘나꼼수’에 대한 일부의 열광적인 지지를 비꼬았다.
이에 안 의원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모임은 정 전 의원 대책회의 자리였고 딴 곳에서 식사를 마친 정 전 의원 부인과 어린 자녀들이 한 밤 지나면 헤어질 아빠 따라 하얏트호텔 커피숍 온 것임. 계산은 내가 11만7000원 했음. 공개사과 하시라!”라고 반박했다.
누리꾼은 이를 놓고도 찬반으로 갈렸다. 옹호 세력은 “럭셔리는 한나라당 스타일 아니냐” “구속되기 전 밥도 못 먹냐”고 주장했고, 비판론자들은 “호박씨 나꼼수” “하얏트호텔 밥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라며 비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