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청춘, 대한민국 20대… 아픔 공감하니 가슴을 열다
도서 분야는 자기계발서나 소설, 재테크 서적처럼 대중적 인기를 얻기 쉬운 분야와는 거리가 먼 에세이. 타깃 독자층은 책을 잘 안 읽기로 유명한 20대. 저자는 책을 내서 1000부 이상 팔기 어렵다는 출판계 속설의 주인공인 대학교수. 외부 조건만 놓고 봤을 땐 수많은 도서 가운데 그저 그런 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이 책은 출간 2주 만에 판매부수 5만 부를 돌파하더니 8개월도 채 안 된 올해 8월엔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 밀리언셀러 진입 기록(에세이 부문)을 세웠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부수는 총 146만 부. 현재 서점에는 552쇄본이 깔려 있다. 바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경이로운 실적이다. 2011년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베스트마케팅 사례로 꼽힌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한다.
○ ‘세상에 너를 소리쳐’의 성공에서 얻은 확신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출간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김난도 교수의 특별 강연회 모습. 예상 참석 인원 1000명을 훨씬 넘어 2400여 명이 몰려드는 성황을 이뤘다. 쌤앤파커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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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언셀러의 단초가 된 ‘슬럼프’
수필 작가 찾기에 골몰하던 쌤앤파커스의 레이더망에 슬럼프에 빠져 고민하는 제자에게 어느 교수가 써서 보낸 장문의 편지 글이 포착됐다. 바로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슬럼프’였다. 김 교수는 후일 이 편지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놓았는데, 이 글이 인터넷 공간에서 수많은 ‘펌질’(인터넷에서 남의 글을 복사해 올리는 활동)을 당했다. 인터넷 포털에서 ‘김난도’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슬럼프’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였다. 바로 이 글이 쌤앤파커스 기획팀의 눈에 띈 것이다.
쌤앤파커스는 위엄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의 방황에 대해 제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김 교수의 소통 방식에 주목했다. 권 팀장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문체 대신에 쉬운 용어와 대화체 문장, 그러면서도 따끔한 지적을 적절하게 버무리는 김 교수의 필력을 보고 신간 에세이를 집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대학생에서 20대 전체로 타깃 연령층 확대 편집
2010년 10월, 김난도 교수에게서 최종 원고를 받아든 쌤앤파커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원고 피드백을 받았다. 거의 모든 직원이 “대박감이다” “정말 좋다” 등의 평과 함께 “현재 대학생으로 국한돼 있는 타깃 독자층을 20대 전체로 확대하면 ‘초대박’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대학교수가 저자로 나선 만큼 대학생들을 메인 타깃으로 집필한 원고이긴 하지만 메시지 자체가 20대 전체에게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타당성을 갖춘 만큼 수정, 보완 작업을 거치자는 의견이었다. 이에 따라 쌤앤파커스는 김 교수에게 원고 수정, 보완을 요청했다. 아주 단순하게는 원고 곳곳에 ‘대학생’으로 지칭된 부분을 ‘20대’나 ‘젊은 그대’ 등으로 고치는 일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20대를 위한 새로운 원고(예: 교정을 나서는 그대에게)를 추가 작성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
편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글도 있다. 원래 김 교수가 출판사에 보내온 여러 편의 글 가운데에는 세대 간 불균형 관점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글도 몇 편 있었다. 하지만 쌤앤파커스 측은 위로와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멘토링 에세이’라는 당초 기획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종 편집에서 이 원고들을 제외했다.
○ 누리꾼 및 트위터 사용자 정조준한 입소문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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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성공 요인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성공 뒤에는 무엇보다 쌤앤파커스의 탁월한 출판기획 역량의 공이 크다. 위로와 격려를 갈망하고 따뜻한 멘토를 갈구하는 사회 트렌드를 어떤 출판사보다도 빨리 간파했고 이를 글로 풀어 소통할 최적의 인물을 저자로 내세워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은 완전히 배제한 채 오로지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청춘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 역시 20대 타깃 독자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 됐다. 권 팀장은 “간혹 ‘아프니까 청춘이다’에는 사회 비판적 시각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곤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의도된 전략적 판단이었다”며 “바로 이 때문에 엄청난 성공을 불러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한 사전 마케팅에 더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초기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해서 초반에 확실한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어 점차 책에서 멀어지는 20대들에게서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종이보다는 인터넷에 익숙하고 긴 호흡의 글보다는 트위터처럼 짧은 글에 반응하는 그들만의 소통 방식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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