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 "인간 최동원을 담고 싶었다"●"마운드-무대, 두렵지만 배짱으로 버티는 곳"●양동근과는 신앙으로 가까워져
조승우는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전설의 투수 최동원으로 분해,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 조승우(31)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승우가 연기한 영화 '퍼펙트 게임'(감독 박희곤/21일 개봉) 속 최동원은 내내 무게감을 놓지 않는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조승우는 조금 달랐다. 쌍꺼풀 없는 눈에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소년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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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과거 이야기가 더 어울려요. 어떤 시절이든 간에, 지금보다 낭만적일 거예요. 제긴 제 나이보다 오래된 오디오가 있어요. 누군가의 고물이 저에겐 보물이 된 거죠. 세피아 톤 사진, 오래된 악기, 손 편지, 삐삐…이런 거 좋아해요. (삐삐에 찍힌 번호) 486이 뭔지 아세요?"
상대방을 들었다 놨다, 순발력도 좋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어떤지 운을 띄우자 그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며 손사래 쳤다. 조금 고집스러운 면은 마운드 위의 최동원 전 한화2군 감독을 닮았다.
그는 SNS를 하지 않는 이유로 "자장면 먹는다고 이야기하긴 쑥스럽다"며 "애완 고양이 때문에 이제 카페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낭만'을 아는 남자, 조승우가 말하는 아쉬운 편집 장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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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조금 남아요. 대본을 보자마자 선택했던 작품이니까 기대가 컸고, 그만큼 잘 나왔지만 그래도 최동원의 인간적인, 따뜻한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정이 들어서 그런지 허탈하고, 고독한 기분도 들었어요.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분장실에서 분장을 지우는 느낌?"
-편집된 장면 중에 '인간 최동원'을 나타낼 수 있는 장면이 있었나요?
"투수 최동원이 아닌 인간 최동원을 더 담고 싶었어요. 영화에는 투수에 더 방점이 찍혀 있지만요. 유니폼을 입었을 때의 배짱, 또 유니폼을 벗은 후에는 쾌활한 동네 형 같은 느낌이요. 편집된 장면 중에 이런 장면이 있어요. 최동원이 OB선수에게 홈런을 맞아요. 그런데 또 똑같은 스타일의 공을 던져요. 보통 그러면 전략을 바꾸거든요. 하지만 최 전 감독님은 '어디 한번 또 쳐봐라'하는 거죠."
"또 경남고 시절 감독님과 라면을 먹는 장면에서 명랑함을 보여주는 애드리브도 있어요. 최 전 감독님 사진을 보면 항상 후배들과 함께 있어요. 후배들도 '정이 많은 의리파였다'고 기억해요. 선수협의회도 만들고, 그 책임도 짊어졌어요. 그때 최 전 감독님은 충분한 연봉을 받고 있었어요. 프로야구 선수들의 복지나 권리를 보호할 선수협의회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죠. 하지만 후배들을 위해 나섰어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더 넣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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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뵌 적은 없지만, 박희곤 감독님과 제작진이 최 전 감독님을 찾아갔어요. 어떤 내용인지 말하자 단 칼에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어라'고 하셨대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영화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그렇다면 '허구를 넣어도 된다'고 그 약속을 하라 하셨죠. 그리고 선동열 KIA 감독님을 찾아갔더니 '동원이 형은 하신데요? 그럼 저도 하지요, 뭐'라고 하셨대요."
▶단칸방 살던 어린시절, 추억서린 영화가 그래서 좋아
-영화 속 라이벌로 등장했던 양동근 배우와는 많이 친해졌을 것 같습니다. 실제 동갑내기이기도 하고, 섭외에 직접 나서기도 했고.
"홍보 때만 바짝 볼 거예요.(웃음) 저희는 조금 스타일이 달라요. 동근이는 힙합이고, 전 기타 치고. 만나면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요. 저랑 (양)동근이는 '퍼펙트 게임' 고사 지낼 때 기도를 드렸어요. (양)동근이는 촬영장에서 투구 폼을 연습하거나 성경 책 보거나 했어요. 일요일엔 (양)동근이 방에 모여 믿음 있는 친구들과 가정 예배를 보기도 했죠."
-이번 영화도 그렇고 '고고70', '타짜', '클래식' 등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과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어릴 적에 집안 사정이 안 좋아 단칸방에 살았어요. 그 당시 문방구의 냄새를 아직도 기억해요. 그 꿉꿉한 공기를요. 요즘도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그런 먼지 냄새를 맡을 때가 있어요. 1초 남짓한 순간에 스쳐간 거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게 되는, 추억의 냄새인거죠. 과거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맞아요. 어찌됐건 지금보다 더 순수했을 것 같거든요."
▶무대가 더 좋아, 영화는 지금도 적응해 가는 시기
- 지금 뮤지컬 '조로'를 하고 있습니다. 데뷔 때부터 꾸준히 영화와 뮤지컬을 병행해오고 있습니다.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어요. 무대가 더 좋아요. 영화는 지금도 적응해 가는 시간이에요. 영화는 앞으로 10년을 더 해야 적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후시 녹음할 때 제 얼굴을 못 봐요. 데뷔작 '춘향뎐' 때 임권택 감독님과 정일성 촬영감독님께서 눈을 못 깜박이게 했어요. 커다란 스크린 화면으로 보는 관객들이 불편할 수 있다고요. 카메라는 화면 가득 절 잡고 있는데, 판소리는 10초가 넘어가고…. 나중에 보니까 제 표정이 완전 울상이더라고요. 그 뒤론 부끄러워서 제가 찍은 걸 잘 못 보겠어요."
- 무대에서는 자신감이 남다른가요.
"예전에 무대 공포증이 심했어요. '렌트'때 까지 바들바들 떨었어요. '완벽해야 한다', '실수를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성대 결절로 고생할 땐 정말 외롭고 고독했어요. 하지만 군대 다녀오고 좀 달려졌어요. 할머니, 경찰, 유치원생 등 다양한 관객 앞에 섰어요. 굉장히 객관적인 무대잖아요. 유치원생이 절 알겠어요? 사심 없는 관객 앞에서 공연하다 보니 창피한 게 없어졌어요. 마운드도 무대도 두렵지만 배짱으로 버티는 곳이에요. 집중하게 되면 왜 긴장하게 되는 지도 잊어버리죠."
-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 뮤지컬 연출도 언젠가 나서는 건가요?
"연출은 좀처럼 못하겠어요. 꿈꾸지 않습니다. 창작 뮤지컬을 만들되 크레이티브 팀에 있고 싶어요."
-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백수예요. '퍼펙트 게임' 찍고 나서 사회인 야구단에서 투수로 뛰고 있어요. '조로' 끝나면 동계훈련 갈까 봐요(웃음)"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제공=동아수출공사, 밀리언 스토리, 다세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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