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시즌4 대학로서 막 올라
‘연극열전 시즌 4’ 오프닝작으로 공연하는 연극 ‘리턴 투 햄릿’. 마당극으로 풀어낸 햄릿이 극중극으로 펼쳐지는데 햄릿이 사용한 칼(왼쪽)도 등장한 것이 이채롭다. 연극열전 제공
시즌 4는 영화와 연극판을 오가며 극작가, 연출가, 영화감독, 제작자로 활약 중인 흥행사 장진 씨의 ‘리턴…’을 첫 작품으로 앞세웠다. 연극열전을 더 대중적인 브랜드로 확장하려는 의지일까. 장 씨는 시즌 1의 프로그래머였고 시즌 1 때 올린 ‘택시드리벌’과 시즌 2 때의 ‘서툰 사람들’은 전석 매진의 흥행 성공을 거뒀다. 시즌 3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햄릿’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 대기 중인 배우들의 수다를 통해 국내 연극계의 현실을 질타하고 꼬집는 ‘연극에 대한 연극’이다. ‘막공(마지막 공연)’을 앞둔 분장실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배우들의 신경은 날카롭다. TV 드라마 출연으로 스타 대접을 받는 연극영화과 동기 민(박준서)에게 주연인 햄릿 자리를 넘겨준 재영(김대령)은 불만이 가득하다. 대학 시절엔 재영이 항상 주인공을 맡고 민은 조연만 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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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직설 화법으로 말하는 연극계에 대한 의견은 연극과 영화판을 오간 덕분에 ‘바깥’에서 연극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된 장 씨의 평소 소신이다. 가령 “배우도 모르는 난해함과 원인 없는 고민들…. 이런 작품이 이 시대에 왜 나와야 하냐고. 쉽게 보고, 쉽게 느끼고, 이런 만족을 고루 느끼게 하는 작품이 좋지”라는 도식의 대사는 재미있는 연극을 줄곧 지향해 온 장 씨의 생각에 다름 아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동극부터 재연드라마까지 겹치기 출연하는 진우나, 배우들이 건강보험 가입이 안 돼 무대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꼬집는 민을 통해 국내 연극배우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도 보여준다.
내년 연말까지 이어질 연극열전 시즌 4는 예년 시즌에 비해 작품 수를 줄이는 대신 극장 사이즈를 키웠다. 예전에는 대학로 일대 소극장 중심으로 공연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등에서 공연한다. 작품 수는 시즌 1의 15편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인 6편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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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조재현 씨는 “연극열전이 유명 배우들을 다 끌어가 연극판을 흐려놨다는 비판도 있지만 연극열전을 통해 연극을 새로 접하게 된 사람도 많다. 시즌 2가 흥행에서는 최고 성적을 냈는데 이번 시즌에 그걸 넘어 보겠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