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허가 적법했다”
강원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주민이 강원도청에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노숙투쟁을 시작한 지 40일을 넘어섰다. 이들은 비닐천막에서 영하권의 날씨를 견디며 생활하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엄 씨는 강원도청 본관 앞에서 마을 주민과 함께 ‘노숙 투쟁’ 중이다.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에 건설 중인 골프장 인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14일은 노숙을 시작한 지 41일째. 주민 15∼20명이 교대로 비닐 천막을 지켜 왔다. 이들은 하루는 이곳에서, 하루는 강릉시청에서, 하루는 집에서 지내는 생활을 해오고 있다.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이라 추운 날씨를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엄 씨는 “주민 가운데 감기약을 먹지 않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춘천의 최저기온은 영하 5.8도.
장기간의 노숙으로 이들의 생활은 뒤죽박죽이다. 부부가 함께 노숙하는 서모 씨(56)는 “강릉과 춘천을 오가느라 농사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막내딸은 돌보지도 못한다. 하지만 9대째 살고 있는 마을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항변했다. 자신들이 더 많은 보상금을 타내기 위해 투쟁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조승진 강릉CC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는 인허가 절차의 문제점을 바로잡으려는 것인데 마치 보상을 원하는 것처럼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노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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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주민에게 제시할 마땅한 카드가 없는 데다 추운 날씨에 방치된 주민들의 건강도 걱정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인허가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감사를 통해 확인하고 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