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 동향에 촉각… 새벽잠 설치기 일쑤
크레이그 고먼 퍼스트뉴욕증권 파트너가 새벽에 일어나 자신의 침실에 둔 6개의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유럽의 뉴스와 시황을 챙겨보고 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미국 동부 기준으로 시차가 5, 6시간 나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소식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접하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는 미국 트레이더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월가의 개장 시간(오프닝 벨)이 오전 9시 반이 아니라 사실상 오전 2시 반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전했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미국 증시가 유럽권 뉴스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더글러스 카스 씨는 “최근 미국 금융인들 사이에서는 ‘카르페 녹템(carpe noctem)’이 새로운 신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와 널리 알려진 문구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뒤틀어 인용한 것. 카르페 디엠은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이고, 카르페 녹템은 ‘밤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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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뉴욕증권의 파트너인 크레이그 고먼 씨는 아예 침실에 CNBC 블룸버그 등 6개의 경제 전문뉴스 기기를 켜놓고 잔다. 그리고 수시로 일어나 체크하고 있다. 그는 “모니터의 불빛이 항상 희미하게 침실을 비추고 있지만 이제 아내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시간대의 방송 시청률과 사이트 접속도 늘었다.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 CNBC가 오전 4∼6시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50% 증가했고 오전 2∼5시의 웹사이트 접속은 30% 늘었다. 새벽 선물 거래 물량도 크게 늘었다. 오전 3∼6시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선물 거래량도 지난해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
한번 잠을 깨면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아 월가에서는 수면 장애를 완화하기 위해 낮에 요가 시설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고 심지어 최면치료를 받는 사람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유럽 채권 펀드 매니저인 앨 모니스 씨는 “거의 매일 오전 2시에 일어나는데 유로존 위기가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아 상당 기간 이런 생활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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