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 치아를 훤히 드러내는 사람 좋은 웃음이 딱 뮤지션 김동률(37·사진)이다. ‘취중진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같은 가슴 도려내는 발라드로 기억되는 그가 실은 캐럴 마니아였다.
“오케스트라와 빅밴드 편성, 재즈적인 코드 진행, 뮤지컬 같은 분위기”라는 ‘애호의 변’에, 김동률 노래들의 치밀하고 세련된 편곡이 떠올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국의 크루너(crooner·조용한 사랑 노래를 부르는 남자 가수) 중 하나인 그가 프랭크 시내트라, 빙 크로스비, 해리 코닉 주니어처럼 크리스마스 앨범을 내놨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광고 로드중
아이돌 강세 속에 변덕이 심한 요즘 차트 중상위권에서 그의 이번 앨범과 타이틀곡 ‘리플레이’가 한 달 가까이 안 내려오고 있다. “10곡을 담은 5집 앨범보다 8곡을 실은 이번 음반에 예산이 더 들었어요. 소비자가 모르는 디테일에 고민하고 투자하는 건 전문가들의 의무죠. 좋은 악기와 녹음 환경 등 제가 신경 쓰는 물리적 디테일들이 ‘좋다’ ‘슬프다’는 청자의 감정을 더 진하게 하리라 믿을 뿐이에요.”
연말 공연에서 보여줄 ‘필살기’를 물었다. 말을 아낀다. “와서 보시면 알 거예요.” 어린이 합창단의 깜찍한 등장도 있겠지. “아뇨. 어린이들은 집에 있어야죠. 허허허. 크리스마스잖아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