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런 월드 챌린지 우승
2009년 11월 호주 마스터스 이후 섹스 스캔들, 부상, 이혼, 결별 등 쏟아지는 악재로 무관에 그쳤던 우즈. 749일 만에 트로피를 안은 그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비록 공식대회도 아니고 자신이 주최한 이벤트 대회였지만 그 기쁨은 메이저 우승이라도 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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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즈는 역시 우즈였다. 17번홀(파3)에서 9번 아이언으로 한 티샷을 핀 4.5m에 붙여 버디로 연결했다. 공동 선두가 된 그는 어퍼컷을 날렸다. 동타로 나선 18번홀에서는 3번 아이언으로 호쾌한 저탄도 티샷을 구사한 뒤 다시 9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존슨이 먼저 퍼트를 한 것도 라인 파악에 도움이 됐다는 게 우즈의 얘기.
우즈의 부활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칼럼니스트 론 시라크는 ‘이륙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존슨은 “어떤 면에서 슈퍼맨이었다. 내년에도 최고가 될 것 같다”며 갈채를 보냈다.
지난 2년이 20년 같았을 우즈가 이중삼중의 중압감을 극복하고 우승하면서 그의 재기에 대한 주위의 의구심도 말끔히 씻어냈다. 우즈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페어웨이 적중률이 48.9%(186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선 3번 우드와 롱 아이언 티샷으로 페어웨이를 지키면서 버디 기회를 노렸다. 그린 주변 쇼트게임이 예리해졌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쐐기를 박는 클러치 퍼팅 능력도 되찾았다. 샷을 하기 전의 반복 동작도 예전보다 느려지고 세밀해졌다. 여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거듭된 추락으로 실종된 자신감이 이번 우승을 계기로 다시 싹트게 된 것은 내년 시즌 우즈의 경기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최근 두 차례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우즈는 “지난해까지는 좌우로만 움직이는 1차원적인 골프였다. 요즘은 다양한 각도와 탄도를 낼 수 있는 구질이 가능해졌다. 션 폴리 코치와 연구한 스윙 변화도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우즈와 호흡을 맞춘 새 캐디 조 라카바는 “18명이 출전했든, 마스터스든 우승 자체가 큰 의미가 된다. 위너스서클에 재가입하면서 비로소 정상 궤도를 향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52위였던 세계 랭킹을 21위까지 끌어올린 우즈는 내년 1월 2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유럽투어 HSBC챔피언십으로 시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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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없는 사이 PGA 무대는 절대 강자가 사라진 혼전 양상을 보였다. 돌아온 우즈는 다시 필드를 평정할 것인가. 팬들의 가슴이 벌써부터 뛰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셰브런 월드 챌린지 ::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하는 이벤트 대회다. 1999년 첫 대회가 열렸으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공식 대회는 아니지만 이에 못지않은 500만∼600만 달러(약 57억∼68억 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세계 골프 랭킹 포인트도 준다. 메이저대회 우승자와 골프 랭킹 상위 선수 등 18명만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