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으로 읽는 옛집/함성호 글·유동성 사진/332쪽·1만5000원·열림원
먼저 소개하는 곳은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소재 독락당(獨樂堂). 조선 철학을 이(理) 중심으로 파악한 선구적 성리학자인 회재(晦齋) 이언적이 정계에서 잠시 물러나 마흔 즈음에 기거하던 곳이다.
한국 전통 건축은 구조물뿐 아니라 자연을 품고 있는 자리도 함께 감상해야 한다. 독락당에는 솟을삼문(문이 세 칸인 대문에서 가운데 문의 지붕을 좌우보다 높게 세운 형식)이 없다. 대문을 만들고 담을 쌓는 대신 집의 경계를 주변의 사산(四山)으로 확장했다. 담장에 뚫린 살창을 통해서는 동편으로 흐르는 자계천의 냇물이 보이도록 했다. 주인과 하인의 공간을 분명히 구분하면서도 하인이 주인을 가까이서 보필할 수 있도록 가깝게 두었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고 여유롭다. 특히 주인과 하인의 공간 구분에는 이(理)와 기(氣)는 서로 섞이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주희의 사상이 그대로 적용됐다”고 평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