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38위 중견건설사 자금난… 모기업 대림산업 지원에도 역부족건설업계 줄도산 공포 다시 번져
시공능력평가 40위권 내의 중견건설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발목이 잡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잇따라 무너지면서 건설업계에 또다시 ‘줄도산의 공포’가 번지고 있다.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내년에는 공공공사 발주 물량까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건설업계가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다.
○ PF 대출에 발목 잡힌 고려개발
고려개발은 1일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동성 부족이 확대되면서 지난달 30일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농협을 비롯해 국민, 외환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이날부터 채권금융기관회의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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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은 최근 2년간 크레디트라인 축소 및 회사채, PF 상환을 통해 약 7300억 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개발 관계자는 “현재 수행 중인 공사가 대부분 관급 토목공사여서 향후 공사 진행은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업계 사면초가의 위기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간 시공능력평가 58위의 범양건영과 40위 임광토건에 이어 이번 고려개발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 가운데 2009년 이후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를 받거나 신청한 곳은 24곳으로 늘었다. 100대 건설사 가운데 4곳 중 1곳이 자금난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극심한 주택경기 침체와 공공발주 물량 감소,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내년에는 한계에 이르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한건설협회가 6월 말 현재 상장 건설사 104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건설사의 30%가 올 상반기 적자를 면치 못했으며 절반가량이 상반기에 거둔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건설업체 전체 수주 물량은 2008년 120조 원에서 지난해 103조 원으로 급감한 상황. 그마나 올해는 4대강 살리기 사업 같은 대규모 공공공사 발주가 많았지만 내년에는 공공부문 공사 발주가 7% 넘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감소해 건설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부터 확대 시행할 예정인 최저가 낙찰제도 중소·중견 건설사엔 큰 부담이다. 최저가 낙찰자 대상 공사를 현행 30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면 중소건설사의 줄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 건설사 부담 떠안는 PF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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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건설사가 무너지면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며 이대로라면 건설업계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견실한 기업인데도 PF 부담이 큰 건설사에 대해서는 금융권을 통해 만기 연장을 해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