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시즌 최다승 유재학 모비스 감독
동아일보 DB
모비스 유재학 감독(48). 그는 26일 전자랜드와의 울산 경기에서 74-58로 이기며 정규시즌 통산 363승째(330패)를 거둬 사령탑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1998년 35세의 나이에 대우에서 감독에 오른 뒤 693경기 만에 달성해 지난해 55세로 656경기 만에 362승을 올린 신선우 감독을 넘어섰다. “오래 하다 보니 이런 날을 맞네요. 14시즌을 쉬지 않고 감독직을 맡은 게 의미가 있다고 봐요.”
롱런의 비결은 믿음과 실력으로 압축된다. 스타 출신 유 감독은 기아에서 뛸 때 출신 학교에 따른 파벌 싸움과 부상에 휘말려 27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학연과 지연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 자신이 세운 원칙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킨다. 고참이나 고액 연봉자라고 봐주는 일도 없다. 부상 선수에 대한 재활에 공을 들이고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완쾌가 안됐어도 급하게 복귀시키는 일도 없다.
유 감독은 무명 선수, 한물갔거나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들을 키워내 모비스를 두 차례 정상으로 이끈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다. 모비스가 역대 최다인 5명의 우수 후보선수상 수상자를 길러낸 것도 그의 공이다. “수비할 때 50cm만 더 나가라” “왼쪽을 파는 게 90%이니 그쪽을 막아라”는 등 전술 마련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만수(萬手)다. 모비스 황열헌 단장은 “사심 없이 선수들을 냉정하게 이끈다. 리더십뿐 아니라 경기마다 10개 이상의 패턴을 준비하는 노력파”라고 평가했다.
유 감독은 “어려울 때 팀을 위해 희생해준 선수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감독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인데 바람직하지는 않다. 오래도록 선수들과 코트에 남고 싶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