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차별 겪어
외국인 유학생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보면 한국경제의 국제적 위상의 변화에 따른 취업 기회의 확대, 한류로 표현되는 역동적 한국문화산업의 해외 진출 효과에 의한 것이지만 한국 대학들의 적극적 유입정책이 작용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대학은 9개 대학이고 서울대에는 998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 10개 대학 중 서울대와 고려대에는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많다.
유학생들이 겪는 소외와 차별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문화에 오랫동안 내재해온 외국인 혐오증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외국인 차별이나 멸시는 언어나 인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국제결혼에 대한 한국인들의 급속한 태도 변화가 시사하듯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본질주의적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태도는 제도적 요인과 함께 그들의 한국어 능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양적 확대정책에서 질적 관리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일 때 한국어 능력과 한국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능력을 검증한 후 입학 허가를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연구생제도를 두어 최소한의 한국어 능력과 전공분야 기초적 소양을 쌓은 후 전공 학업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의 한국어 능력 배양은 일률적인 교육과정보다는 희망 전공별로 구분해 예비학습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외국인 학생에 대한 글쓰기 지원을 한국인 학생이 담당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한국어 능력 검증후 입학 허가해야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 일단 입학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게 하려면 이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정부와 기업이 분담하되 학문적 목적을 가진 대학원의 경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취업 목적의 유학생은 해당 국가에 진출한 기업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우수 학생에게는 파격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 세대 이후 달라질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염두에 두는 장기적 투자일 뿐 아니라 인류 공동발전의 이념에도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