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채용, 사회 복지비용 줄이는 투자”
최연주 사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2일 근무 중 LCD사업부 동료들과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체 1급 장애인인 최 사원을 위해 탕정사업장에 저상버스를 도입했다. 삼성전자 제공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을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났다. 10년 넘은 병 수발에 가계도 기울었다. 아버지는 건물 관리원으로, 어머니는 마트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하며 어렵게 가정을 꾸려 나가는 형편이었다.
“뭘 해야 하나.” 주변 어른들은 장애인이 차별 없이 일하기 좋다며 공무원을 권했다. 한창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하던 올해 초 인터넷 공무원시험 카페에 삼성전자의 장애인 공채 공고가 떴다. 국내 대기업 중 장애인만을 위한 첫 공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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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여 직무교육을 받은 뒤 충남 탕정사업장의 액정디스플레이장비 사업부로 발령이 났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시설 검사원들의 성과를 평가해 인센티브(시상금)를 주는 일로 최 씨는 일반 공채 직원과 다름없는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임직원 10만여 명 중 장애인은 1300여 명으로 장애인 비율이 1.3%. 국내 대기업들이 대개 그렇듯 아직은 정부에서 정해놓은 장애인 법정고용률 2.3%에 못 미친다. 국정감사에서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장애인 공채를 대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수년 내에 법정고용률을 넘어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150명의 장애인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장애인 채용을 보다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장애인 채용 담당자를 찾았다. 올 4월 삼성전자에 합류한 인재개발센터 글로벌채용그룹 길종성 과장(34)은 1급 장애인이다. 고교 때 급브레이크를 밟은 통학 열차에서 튕겨져 나가면서 기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팔과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것.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일하던 그를 눈여겨본 삼성 인사팀에서 그를 경력직으로 채용했다.
길 과장은 “회사 경영진이 글로벌 최고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력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일자리를 통한 사회공헌뿐 아니라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능력껏 일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 전체로는 사회복지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단지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스스로 일을 하고 돈을 벌어 납세자로 거듭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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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정연 고용창출부 차장은 “삼성전자가 장애인 공채를 도입한 뒤 다른 대기업과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