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임 교육복지부 기자
국민의 대다수가 찬성하는 개정안을 상정조차 거부하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국회의 ‘꼼수’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16일 본보 기사에는 ‘약사가 무서운지 국민들이 무서운지 내년 총선에서 보여주자’ ‘약사 로비에 휘둘리지 마라’ ‘국민 대표 자격이 없다’ 등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런 비난 여론을 의식했을까.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일반약 슈퍼 판매를) 노인뿐 아니라 국민의 80%가 원하고 있다. (개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어물쩍 다음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국회가 되지 않기를 동료 의원들께 간곡히 부탁한다”는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약사법 개정안 긴급 상정을 촉구했다.
물론 단지 ‘하는 척’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 전에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이를 다시 논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야 간사들은 아직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주승용 의원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재분류하는 작업을 마친 뒤 개정안을 논의하겠다는 당론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간사인 신상진 의원실 역시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자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관례적으로 열리던 12월 임시국회를 기대하고 있다. 총선이 임박한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는 로비 압력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18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자동 폐기된다면 19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1년 동안 산고를 겪은 뒤 국회에 제출됐다. 약사들의 조직적인 반발에 정부도, 국회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다. 오직 국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셈이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