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의 재발견’전 -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겹의 미학’ 전 - 서울 공아트스페이스
경기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화의 재발견’전은 원로부터 1980년대생 신진까지 작가 24명의 작품을 통해 현대 한국화의 지형도를 짚고 있다. 전시장에 걸린 송수남 씨의 ‘여름 나무’ 연작은 짙고 연한 수묵의 획으로 무성한 숲을 느끼게 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12월 18일까지 열리는 ‘한국화의 재발견’전은 화선지에 먹으로 그리는 전형적 그림을 넘어 파격적으로 확장되는 현대 한국화의 흐름을 되짚는다. 현대미술의 거센 물살에 휩쓸려 미술시장에서나 전시에서나 찬밥 신세인 한국화의 침체를 딛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민경갑 송영방 송수남 씨 등 원로부터 이진주 김윤재 김봄 씨 등 1980년대생까지 작가 24명이 다채롭게 변주된 한국화의 세계를 펼쳐냈다. 031-783-8143
서울 종로구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22일까지 열리는 ‘겹의 미학’전의 경우 한국화의 뿌리를 전통 재료인 두껍고 질긴 장지에서 찾고 있다. 한국화가 김선두 씨를 중심으로 제자인 강석문 백진숙 이구용 이길우 이동환 임만혁 장현주 하용주 씨 등 9명이 참여했다. 장지 작업이란 공통점 외에도 우리 고유의 정신과 세계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담고 있다. 02-730-1144
○ 한국화의 정체성을 찾아서
‘한국화의 재발견’전 민경갑 씨의 ‘진여 11-18’(2011년). 성남아트센터 제공
전시에선 원로 중진의 내공이 돋보인다. 민경갑 씨는 서구 추상의 영향을 수렴한 1963년 작 ‘시공’과 산을 평면화한 신작 ‘진여’를 나란히 선보여 변화의 궤적을 보여준다. 1980년대 수묵화 운동을 이끈 송수남 씨는 근년의 꽃그림에 이어 먹그림으로 돌아왔다. 간략한 선으로 표현한 여름나무 시리즈엔 강건한 기와 사유의 힘이 스며 있다. 글을 쓰고 수묵으로 덮은 뒤 이를 오려붙인 이철주 씨의 개념적 작업, 파도가 물결치는 듯한 선이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오숙환 씨의 수묵도 인상적이다.
낡은 경대를 오브제로 삼아 여인을 민화풍으로 그린 이선진, 외제차를 사진 찍고 이를 컴퓨터로 출력해 먹으로 그리는 현대적 작업 방식을 택한 장재록, 한국식 요정이 출연하는 생기발랄한 그림으로 알려진 신선미, 투명 재질에 그림을 붙여 겹겹이 배열한 진현미 씨 등. 젊은 작가들의 전통 수용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흥미롭다.
전시를 기획한 김진엽 부장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 속에서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진 한국화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며 “한국화의 정의를 재료 혹은 한국적 이미지 중 어느 쪽을 기준으로 할지에 대한 결론을 내기보다 양면을 다 제시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 한국화의 정신성을 찾아서
‘겹의 미학’ 전 이구용 씨의 ‘산중’(2011년). 공아트스페이스 제공
한국화를 특정 장르의 형식에만 국한하는 것이 옳을까, 현재 우리의 의식을 반영한 것은 다 한국화로 봐야 할까. 두 전시는 섣부른 결론에 앞서 논란의 출발은 한국화에 대한 진정한 믿음과 애정에서 시작돼야 함을 일깨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