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국제부장
괴담의 진위가 밝혀진다 해도 아수라판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반대론자들이 원하는 것은 괴담을 영양분 삼아 암세포처럼 자라나고 담금질되는, 보수정권과 미국에 대한 반대감정 그 자체 아닐까. 진위가 밝혀져 약발이 떨어지면 그들은 또 다른 괴담을 퍼뜨릴 것이다.
온라인과 SNS를 통해 루머가 유포되는 건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진국엔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발달돼 있다. 미국 의회는 어떤 논란이 생기면 즉시 청문회를 연다. 거의 매일 여러 건의 청문회가 열린다. 버젓이 거짓말을 하던 자도 청문회에 서면 진실을 말한다.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처벌이 엄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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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괴담생산 시스템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집단은 일부 언론과 인터넷 논객들이다. 그들은 괴담 자체를 지면이나 전파에서 직접 주장하지는 않지만 괴담을 사실로 믿고 싶은 이들에게 심정적 확신을 심어줄 온갖 자양분과 배경그림을 제공한다. 무수한 별들을 마음대로 이어서 별자리를 만들 듯 단편적 팩트들을 이리저리 모자이크한다.
그러면서도 객관성을 외면한 데 가책을 느끼는 기색은 없다. 지면 전파 인터넷을 ‘역사의 진보에 기여할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을 전파하기 위한 배타적 권리로 여기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어설프게 접했을 참여-순수 논쟁의 영향 탓이리라.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 운운한 광우병 PD수첩 작가는 방송전파를 자신의 정치관을 전도할 도구로 여긴 ‘선무당 언론’의 한 사례다. “젖소가 도축됐다”를 “이런(광우병 걸린) 소가 도축됐다”로 슬쩍 바꾸고, 조금 후엔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들”이라고 단정짓는 PD수첩의 수법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행동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그들의 마음을 단련시켜준 ‘정치적 사명감의 힘’이다. 언론노조가 ‘나꼼수’를 민주언론상 수상자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객관성, 팩트의 신성함보다는 ‘목적에의 기여’를 우선시하는 시각이 만연함을 보여준다.
괴담이 재생산되는 토양을 개선하려면 국회가 상시적으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진위 논쟁이 붙는 이슈가 터지면 상임위원장들이 저마다 손쉽게 청문회를 소집해서 당사자들을 진실의 마이크 앞에 서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문회에서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하면 바로 감옥행이라는 전통을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광우병 천안함 FTA 등 재료만 바꿔가며 가동되는 괴담생산공장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조금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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