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군사독재와 인권 탄압으로 ‘은둔의 국가’였던 미얀마가 올 3월 출범한 ‘민선 정부’의 개혁 노력에 힘입어 국제사회로 힘차게 복귀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중국 편향의 외교 정책에서도 벗어날 움직임을 보여 서남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 영향력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국제 미아에서 아세안 순회의장국으로의 비상(飛翔)
나탈레가와 장관은 “미얀마가 2014년엔 더 민주화돼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다”며 “미얀마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얀마는 지난 20여 년간 아세안 가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군사독재와 인권탄압 때문에 번번이 가입이 거절되다 1997년에야 가까스로 가입했다. 2006년에도 순번상 의장국이었으나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좌절됐고, 이번 2014년 의장국 승인 과정에서도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이 반대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민주화 운동가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17일 “현 정부가 개혁을 더욱 강화하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 클린턴 미 국무 50년 만의 방문
오바마 대통령은 “오랫동안 야만적인 군사 정부에 미얀마의 기본 인권이 부정되어 온 것을 우려했다. 수치 여사의 변화를 위한 용감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발리에 도착한 후 “미얀마는 어둠에 있었으나 최근 진전의 밝은 빛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의 테인 세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치 여사와의 대화와 정치범 석방 등 개혁을 향한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방 정부와 언론이 국가 명칭으로 사용해온 버마가 아니라 미얀마 정부가 쓰는 ‘미얀마’로 부른 것도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가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미얀마의 폐쇄적인 정치 체제를 주목하고 있으며 소수민족과 정치범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의 방문이 이뤄지면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50년 만이며 미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미얀마의 국제사회 복귀와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큰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클린턴 장관의 방문은 미얀마의 ‘중국 편향 외교’에도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군사 독재국가를 지원한다’는 국제사회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얀마와 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미얀마는 중국이 미 해군의 영향력 아래 있는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인도양에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군사독재 정권’으로 북한과 미얀마를 지원하며 동맹국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미얀마는 점차 떨어져 나가는 형국이다.
○ 미얀마, ‘무늬만 민간 정부 아니다’ 개혁 노력
하지만 세인 대통령은 8월 수치 여사를 수도인 네피도로 초청해 면담한 데 이어 10월에는 정치범 300여 명도 석방했으며 언론에 대한 통제 완화도 발표했다. 일부 정치범이 석방됐지만 아직 미얀마에는 1800명가량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월 의회에서 소수민족 반군과의 평화협상 등을 담당할 ‘평화위원회’ 설치를 결정한 것도 정치범 탄압과 함께 핵심 인권 현안인 소수민족 문제에 대한 진전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수치 여사는 조만간 치러질 보궐선거에 옛 수도 양곤에서 출마한다고 NLD가 18일 밝혔다. NLD도 다시 정당으로 등록하고 선거에 참여할 예정이다. NLD는 지난해 총선 때 사실상 수치 여사를 출마하지 못하게 하는 선거법상의 규정 등에 항의하며 선거 참여를 거부해 정당 등록이 취소됐다. 세인 대통령은 최근 이 규정을 삭제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