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직자 시선 끄는 광고 봇물
17일 서강대 학생들이 지하철 6호선 대흥역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LG이노텍 취업광고를 살펴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 광고 안의 QR코드를 찍으면 이 대학 출신 LG이노텍 직원이 나와 회사생활을 설명해 준다. HS애드 제공
“선행개발그룹에서 세균이나 박테리아를 죽이고 물을 정화하는 첨단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회사 장점은 아주 많아 하나만 꼽기 어려운데, 굳이 꼽자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요. 힘든 점은 입사한 뒤 살이 좀 많이 쪘어요.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주변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니까. 그게 여자한테는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취업철을 맞아 창의적인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채용광고도 전통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를 접목하고, 감성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방식으로 구직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얼마 전까지 자신도 취업 준비생이었고, 이제는 사회 선배가 된 신입사원들도 앞다퉈 후배들에게 회사를 알리겠다고 나섰다.
LG이노텍은 전자,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 등을 만들어 다른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 업체라 일반 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이 고민이었다. 고준석 LG이노텍 홍보그룹 부장은 “이번 광고 이후 회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 최근 마감한 공채에선 지난해보다 15.2% 증가한 6800명이 지원했다”며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기 전 회사에 대해 더 많이 조사하기 때문에 당분간 광고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이 트위터로 젊은이들과 나눈 대화에서 착안한 기업 광고를 제작해 화제가 됐다.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좋아질 점도 많다는 것입니다”라는 카피가 나온다. 박 회장이 ‘좋지 않은 점을 지적당할 때 어떻게 하느냐’는 트위터 팔로어의 질문에 ‘좋지 않은 점이란 앞으로 좋아질 점이라고 생각하려 한다’고 답을 단 데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최근에는 최고의 인재를 뽑겠다는 것만 강조하기보다는 치열한 경쟁에 지친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감성적인 메시지의 광고도 인기다. 효성그룹은 “영어점수에 목매지 않겠다. 화려한 스펙에 기죽지 않겠다. 나에겐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나는 내 인생 27년이 있으니까. 나는 효성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카피를 썼다. 스펙이 아닌 진정한 가치로 채용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