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국가대표 축구팀 지동원. 스포츠동아DB
소속팀 벤치 전락 후 A매치 슬럼프 악순환
“교체 출전땐 조급함 버리고 부활의 기회로”
“마음을 비우겠다.”
조광래호 최다득점자 지동원(20·선덜랜드)이 벤치로 물러난다.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15일(한국시간)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레바논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 이승기(광주)-이근호(감바 오사카)-서정진(전북)의 스리 톱 출격을 예고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손흥민(함부르크)이다. 지동원은 13일 훈련 때도 비 주전 조에 속해 연습게임을 뛰었다. 그는 “(후보로 밀려난 것에는) 크게 신경 안 쓴다. 11일 UAE와 경기 때 너무 잘 해야겠다는 마음만 앞서 플레이가 오히려 더 안 좋았다. 이번에는 기회가 주어지면 마음을 비우겠다”고 밝혔다.
● 위기를 기회로
지동원이 컨디션 난조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경기감각 저하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뒤 9게임을 뛰는 데 그쳤다. 모두 교체였고 뛴 시간은 경기 당 22분에 불과했다. 이 기간 A대표팀에 와서도 9월 레바논(6-0 승)과 3차 예선 1차전에서 2골을 넣은 것 말고는 매 경기 부진했다.
‘소속 팀 벤치→A매치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A매치 부진→자신감 결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플레이 뿐 아니라 내 생활에서도 활기찬 게 없어졌다”는 한숨 섞인 말에서 그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11일 UAE전 후 감기에 걸렸고, 결국 선발에서 밀려났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발이 아닌 만큼 크게 부담을 안 가져도 된다. 마음을 비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성공하면 큰 효과가 있다는 걸 지동원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적이 있다.
레바논전이 팽팽한 접전으로 진행될 경우 지동원의 후반 출격 가능성은 높다. 박주영이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어 대체 공격 자원은 지동원 하나뿐이다. 전격 해결사로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