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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류승헌 신한금융지주 IR팀 부장

입력 | 2011-11-11 03:00:00

“IR, 유리 포장지로 회사 포장하는 업무”




류승헌 신한금융지주 IR팀 부장은 “좋은 IR 담당자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투자자의 말을잘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래야 투자자들과 교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기업설명회(IR)는 유리 포장지로 회사를 포장하는 업무입니다. 투명성과 신뢰가 없으면 유리가 깨지고 맙니다.”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아시아의 최고 IR 담당자로 뽑힌 류승헌 신한금융지주 IR팀 부장이 내린 ‘좋은 IR의 정의’다. 1989년 신한은행 입행 후 2001년부터 신한의 IR팀을 이끌고 있는 류 부장은 지난달 세계적인 금융투자전문지인 미국의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I·Institutional Investor)로부터 최고 IR 담당자(best IR professionals)로 뽑혔다. II는 아시아의 50여 개 금융회사에 소속된 수백 명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운용담당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IR팀의 신뢰성과 정직성, 해당 산업에 대한 지식, 질문에 대한 답변의 깊이 및 질적 수준, 재무정보 및 공시자료의 투명도 등 6개 부문을 평가해 베스트 IR 담당자를 선정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주식을 직접 사고, 이를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1위로 뽑았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짐작할 수 있다.

최고 IR 담당자로 뽑힌 비결을 묻자 ‘회사의 재무제표를 달달 외워서 시시콜콜한 숫자를 알려주기보다 투자자의 감성에 호소한 IR를 펼쳤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류 부장은 “대부분의 투자자는 IR 담당자 못지않게 해당 회사나 업황에 대한 정보가 많다”며 “2003년 카드대란 직전 한국 내부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 문제가 예상외로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실제 그 의견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을 붙잡고 ‘우리 회사의 실적이 좋다’는 말을 되풀이해봤자 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이 회사는 이런 점에서 투자할 만한 가치와 차별성이 있는 회사’라는 점을 각인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류 부장은 소로스펀드의 20대 펀드매니저와 나눈 대화를 예로 들었다. 회사 지배구조나 향후 투자계획 등을 주로 묻는 다른 매니저들과 달리 갓 대학을 졸업한 그 매니저는 류 부장을 만나자마자 대뜸 ‘내가 왜 신한의 주식을 사야 하느냐’고 물었다. 열정이라고 답하자 “열정 없는 회사도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류 부장은 “20년 전 신한은행이 갓 출범한 소형 은행일 때 집 근처에 신한 지점이 새로 생겼다. 해당 지점 직원들의 친절한 태도에 반해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후 당시 대형 은행들을 놔두고 신한에 입사했다. 결국 그 회사가 한국의 최고 은행이 됐는데 전 직원의 열정이 없었으면 가능했겠느냐”고 답했다. 이 대답에 만족한 매니저는 이후 신한 주식을 매수했다.

류 부장은 “회사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때로는 이를 감추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3개월마다 실적 발표로 모든 게 낱낱이 드러나는데 유효기간 3개월짜리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며 “유리 포장지로 가릴 수 있는 단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적이나 향후 사업계획에 관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높은 기대치를 갖도록 했다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의 후폭풍은 엄청나다”며 “차라리 ‘회사에 이런 일이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곧 극복 가능하다’고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는 게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