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는 ‘이’라는 지시사로, 뒤에 나오는 행태를 취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然은 그렇게 한다는 뜻의 代詞(대사)인데, 여기서는 뒤에 나오는 내용을 가리킨다. 이렇게 是와 然이 모두 뒤의 내용을 가리키므로 위의 문장을 풀이할 때 ‘어찌 이 소장부와 같이 군주에게 간하다가 받아주지 않으면…’ 하는 식으로 위 문장과 아래 문장을 연결해서 풀이하기도 한다. 不受는 자신의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행然(행행연)은 노한 모습이다. 見於其面(현어기면)은 노기를 그 얼굴에 드러낸다는 말이다. 窮日之力은 진종일 사용할 수 있는 힘, 하루 종일 갈 수 있는 힘을 가리킨다. 혹 ‘해가 넘어간 뒤에’라고 풀이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취하지 않았다.
李珥(이이)가 사직하자 선조는 ‘귀 씻고 인간의 일을 듣지 않고, 소나무와 벗하고 사슴과 무리를 이루네(洗耳人間事不聞, 靑松爲友鹿爲群)’라는 시 구절을 외웠다. 벼슬을 내놓고 돌아가라는 뜻이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임금께서 그런 글귀를 외우셨다면 이튿날이라도 즉시 물러가야 할 것이지’ 했다. 이이는 ‘조정에 있어야 아무 도움과 이익이 없기 때문에 물러가는 것이지, 어찌 임금께서 그런 시를 외우셨다고 물러가기를 결정했겠는가. 그 일 때문에 물러가겠다고 결정하여 이튿날 곧장 떠난다면 小丈夫의 발끈하는 짓이다’라고 했다. 소장부의 행동을 짓지 않고 멋지게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이즈음에도 있는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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