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96% 이상이 수의계약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대기업의 광고, 시스템통합(SI), 물류 자회사 20개 업체의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계열사 간 내부 거래의 88%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개 업체의 매출액 12조9000억 원 가운데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로 올린 매출은 9조2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내부 거래 중 경쟁이나 입찰을 거치지 않은 수의계약으로 올린 매출액은 8조846억 원으로 88%를 차지했다. 대기업 자회사들이 외부 기업에서 따낸 계약 중 수의계약은 4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높은 수치다.
업종별로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내부 거래의 99%를 수의계약으로 따냈고, 광고 분야는 96%, SI 분야는 78%였다.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따낸 물량을 하도급 업체에 넘기면서 소위 ‘통행세’만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사가 직접 중소기업에 일을 맡기지 않고 중간에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자회사를 끼워 넣어 자회사에 이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한 대기업 광고 자회사는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홍보영상 제작 계약을 3억1000만 원에 수주한 뒤 곧바로 중소기업에 2억7000만 원을 주고 영상 제작을 위탁했다. 중간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4000만 원의 이득을 올린 셈이다. 또 다른 대기업 SI 자회사도 계열사와 130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뒤 이를 중소기업에 108억 원을 주고 위탁해 22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