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록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회장 CPL 대표
하지만 이날은 또한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한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 등록장애인 252만여 명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지체장애인이 사회에 당당히 일어서기 위한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21세기 원년인 2001년 11월 11일을 지체장애인의 날로 선포하고 매년 이날 전국지체장애인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11월 11일은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1’이라는 숫자가 1년 중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날로 지체장애인들이 자신의 신체적 장애 등을 이겨내기 위한 힘찬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1’자의 형상은 직립(直立)을 뜻해 비록 지체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로 제각각의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똑바로 당당하게 세상을 활보하고픈 욕구를 표현하고 힘차게 일어난다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1’은 첫째를 의미하므로 스스로를 제일(第一)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동시에 가족과 이웃, 나아가 사회 전체를 제1의 소중한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열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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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그랬다. 중학생 때 철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후 학업 취업 결혼을 비롯해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은 장애물 및 차별과의 싸움이었다. 특히 다리를 잃은 후 주위 사람들의 동정과 ‘장애인이라 할 수 없을 거야’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그 무거운 의족을 차고 체육은 물론이고 교련 수업까지 해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취업한 후에는 사무실 간이침대가 가장 포근한 내 쉼터였다. 그리고 그 힘겨운 싸움을 현재의 장애인들도 힘겹게 해나가고 있다.
모든 장애인의 소망은 비장애인과 함께 이 사회에 당당히 일어서는 것이다. 동정과 ‘장애인은 할 수 없다’란 편견보다는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 11월 11일 ‘지체장애인의 날’에는 비단 지체장애인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그리고 모든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제고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정록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회장 CPL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