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논설위원
관계자들은 장관 모시기만 바빠
거대하고 화려한 행사장에서 한국관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다. 한국관은 스페인이나 태국관보다 컸지만 3호관 구석 여자화장실 옆에 자리 잡은 데다 개막식이 열린 10월 27일 오전까지도 전시물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 무허가 판자촌 같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황당한 풍경이어서 짐 푸는 사람들을 붙잡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우리도 묻고 싶다. 그런데 답해 줄 사람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행사를 책임진 한국관광공사 측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방문했다는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접대하는지 현장에 없었다.
다음 날 다시 찾은 한국관은 더 혼돈스러웠다. 무대에선 경기도의 한 피부관리업체가 피부측정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데 바로 옆 대형 그림판엔 ‘제50회 진해군항제’가 생뚱맞게 걸려 있다. 한 장짜리 팸플릿에 ‘이순신 해군제독의 동상이 1952년 제막됐고 1963년부터 벚꽃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내용이 영어와 중국어로 실렸지만 이순신이 누군지는 설명이 없다. 바로 앞, 의자 빛깔까지 빨간색으로 통일하고 민속의상 차림으로 안내하는 ‘원더풀 인도네시아’관과 비교하면 창피할 정도였다.
국민 세금으로 행사에 참가한 정부당국 사람들은 이런 문제조차 모르는 듯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실은 한중 관광장관회담 준비를 하느라 시간도 예산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열두 가지 코스의 중국요리가 나오는 고급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예산타령을 한 문화부는 그날 “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공정(公正)관광을 통한 여행품질 향상방안 공조체제가 구축돼 중국 관광객 유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관광 빼놓곤 ‘청년일자리’ 공염불
김순덕 논설위원
서민경제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부는 자동응답기처럼 ‘내수 진작과 서비스산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곤 했다. 돈 있는 사람들이 국내에서 소비를 많이 하도록 서비스업을 키우면 서민층에까지 온기가 돌 수 있다. 특히 외국사람들을 국내에 불러들여 먹고 자고 쓰고 즐기고 병 고치고 얼굴까지 예쁘게 해주는 관광 의료서비스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철강업의 4배나 되는 울트라 성장산업으로 꼽힌다. 풍문여고 옆에 7성급 전통호텔을 허용하는 건 대기업 특혜가 아니라 다양한 일자리 창출 조치로 봐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일자리, 특히 청년층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관광은 경제위기 해소와 빈곤 퇴치에 가장 공헌하는 산업”이라고 했다.
쓰촨 성 관광위원회 리티안 마케팅과장은 “관광산업 개발은 낙후지역 경제를 키우고 가장 빠르고 고르게 혜택을 나누어 주는 길”이라며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관광업체부터 키우면 나머지 부문은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중국을 찾는 관광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가 한국인데 한국홍보관 위치가 너무 외진 것 아니냐”며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문화부 공무원도, 관광공사 임직원도 아닌 민간인 남상만 한국관광협회중앙회장이었다. 그리고 여유국 부국장에게 “다음부터 한국을 최우선으로 배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중국 쿤밍에서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