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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장군님은 초코파이를 싫어해”

입력 | 2011-11-04 11:39:00

북, 개성공단 입주 우리 기업에 초코파이 대신 현금과 라면 요구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식당 음식을 먹고 적잖게 당황한다고 한다. 음식에 설탕을 넣어 맛을 내는 곳이 많아서다. 북한에서 단맛은 귀하다. 초코파이는 값싼 단맛의 상징이다. 자본주의의 맛.

한국 남자도 군대 가면 단맛을 그리워한다. 초코파이는 러시아를 비롯한 옛 공산주의 국가에서 특히 인기다. 베트남에선 제사상에 초코파이를 올려놓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북한에서도 세를 넓히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원조 격이고 롯데 초코파이가 흉내상품(copy cat). 북한에선 롯데 게 대세고 오리온이 추격 중이다.

북한 당국이 느닷없이 한국의 값싼 단맛을 거슬려 한다. 단맛은 필요 없으니 현찰이나 라면을 달라는 거다. 왜 그럴까. 북한 장마당에선 초코파이가 팔린다. 개성공단에서 흘러나간 것. 공급이 많은 달엔 600만 개가 뿌려진다. 초코파이는 간식이 아니라 성과급(incentive).

북한 근로자는 한국 기업에서 직접 급여를 받지 못한다. 북한 당국이 임금을 일괄해 받은 후 일부만 근로자에게 준다. 시간 외 근무수당도 마찬가지. 근로자가 연장 근무를 반길 리 없다. 인센티브는 자본주의에서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대하는 데 기여했다. 성과급이 없으면 생산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인센티브를 고민하던 기업주에게 가뭄 끝 단비처럼 등장한 게 초코파이다. 값이 싸 비용 부담이 적은 데다 칼로리가 높아 식사대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근로 의욕 고취 수단으로 삼기에 알맞았다. 처음엔 1~2개씩 나눠주는 간식으로 출발했다. 맛 본 사람들이 단맛에 열광하면서 판매가 이뤄졌고, 하루에 7~10개씩 나눠주는 성과급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북한 근로자에게 초코파이는 현금과 다름없다. 근로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초코파이를 거둬가는 수거인이 등장한 덕분이다. 중간상인이 수거인으로부터 초코파이를 넘겨받아 장마당으로 옮긴다. 생산자→한국 중간상→입주 기업→근로자→수거인→북한 중간상→장마당→주민 순서로 유통되는 것.

‘초코파이 혁명’ 보도 후 민감한 반응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면서 생산업체도 북한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초코파이는 한국에서 1개당 230원가량에 팔린다. 북한에 들어가는 초코파이는 롯데가 100~103원, 오리온이 110원 선. 도매상이 5~10원가량 이윤을 붙여 초코파이를 입주 기업에 넘긴다. 롯데가 잘 나가는 까닭은 납품가가 싼 터라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초코파이를 납품하는 중간상인이 가져가는 이윤이 커서다. 오리온은 북한에서 롯데에 밀리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다. 박리다매로 판매망을 키운 롯데는 최근 납품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1개당 원가는 90원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2g 작고, 오리온은 한국 것과 동일한 제품이다.

북한 당국은 한동안 초코파이를 싫어하지 않았다. 관료들도 단맛을 즐겼으나 ‘개성공단의 자본주의 맛’ ‘초코파이 혁명’이라는 표현이 담긴 한국 언론보도를 접한 후 꺼림칙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 정부가 결정타를 날렸다. ‘초코파이 혁명’이라는 단어가 회자될 때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에 쌀, 옥수수가 아닌 초코파이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수해 지원 의사를 거부했다.

북한 당국은 이후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기업에 초코파이 대신 현금으로 성과급을 달라거나 라면으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자본주의 맛’ ‘초코파이 혁명’이라는 단어가 북한을 자극한 것이다. 일부 기업은 북한 당국의 요구를 들어줬다.

초코파이를 계속 줄 것이냐, 말 것이냐. 기업인이 고민한다고 한다. 근로자도 발끈한다고 한다. “국가가 과자까지 빼앗아간다” “일할 의욕이 사라졌다”면서. “장군님이 초코파이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한 근로자도 있다고 한다. 김정일은 광폭(廣幅)정치를 강조한다. 통 크고 대담한(廣幅) 리더가 이끈다는 정권이 ‘단맛 과자’까지 빼앗으려 한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