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논설위원
문화적 좌파에 밀리는 우파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옆에는 어떤 문화예술인이, 어떤 멘토로 불릴 만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 후보 곁에서 봤던 유명인은 박근혜 홍준표 등 정치인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박 시장과 나 후보의 승패를 가른 원인이다.
한나라당도 스타 문화예술인을 영입해 SNS에서의 역량을 강화한다고 한다. SNS라는 것이 자발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영입은 개념이 없는 말이다. 다음 달 5일부터는 앵커우먼 출신의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과 개그우먼 조혜련 씨가 안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 씨의 ‘청춘콘서트’와 유사한 ‘드림토크’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것도 흉내내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사실 대체로 어느 나라에서나 문화적 우파가 문화적 좌파의 영향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프랑스에서는 과거 좌파 지식인 사르트르가 우상으로 추앙받은 반면 우파 지식인 레몽 아롱은 홀대를 받았다. 사르트르는 스탈린 체제를 찬양했고 아롱은 비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공산주의가 붕괴될 때까지도 아롱과 함께 옳기 보다는 사르트르와 함께 실수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문화계 자체가 정치나 경제와 같은 분야에 비해 좌측에 서 있어서 그런지 모른다.
문화적 주도권 싸움은 장기전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8·24 주민투표를 거쳐 최근 10·26 재·보궐선거까지 관통한 전면적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만 보더라도 단계적 무상급식 쪽의 논리가 훨씬 정치하고 책임감이 있었지만 “아이들 밥먹이는 문제인데 인색하다”는 주장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이나 밀리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자기 조직에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이 진정한 대학생 하부조직이나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유럽의 정당들은 휴가철에는 청소년 정치캠프를 운영하며 젊은 세대들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람시의 말처럼 문화적 주도권 싸움은 더디지만 길게 보고 가야 하는 장기전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