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사회부
현장에서 지켜본 공청회는 법인화를 추진하는 주체나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는 ‘정치적 쇼’라는 느낌을 줬다. 사실 이 공청회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추진위가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준비한 내용을 보면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홍보’에 치우쳐 있었다. 특히 서울대가 공청회에 앞서 12일 정관 초안을 공개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된 법을 구체화한 수준에 그쳤다. 구성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장치가 부실했던 셈이다.
특히 기초학문 고사(枯死), 자산 소유권 정리 문제 등은 구성원 간의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주제다. 서울대는 법인화 추진 단계에서 기초학문 지원책과 지식경제부와의 자산 소유권 협상 진행 상황 등을 알린 뒤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법인 출범을 고작 두 달 남짓 남겨둔 이 시점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공청회를 하겠다고 하면 반대 측은 이를 요식행위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인화 반대 측에서 “의견은 다 듣겠지만 결정은 추진위 맘대로 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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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는 내년 1월부터 국립대학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법이 통과된 이상 법인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서울대는 하루빨리 문제점을 보완해 구성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 더는 ‘소통 없는 공청회’나 ‘대안 없는 단상 점거’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최고의 지성이 모인 공간에서 조직의 미래에 대해 합의조차 이루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겠는가.
김성규 사회부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