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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김영근 KTB 투자분석팀장

입력 | 2011-10-28 03:00:00

사주 보는 애널리스트 가라사대…
“주식도 삶도 마음 조급하면 백전백패”




김영근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팀장(42·사진)의 하루는 여느 애널리스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상 한편에는 복잡한 주가 차트가 뜬 모니터가 놓여 있고 경제서적이나 잡지 몇 권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거시경제 환경과 주가 흐름, 개별 기업을 분석해 유망 종목에 대한 보고서를 쓰거나 회의에 참석하고 기관투자가부터 일선 지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하지만 그의 일과엔 특별한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회사 안팎에서 마주치는 이들은 예외 없이 그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팀장님, 사주 좀 봐 주세요!”

주식시장과 인생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애쓴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김 팀장은 이 두 분야 모두에 정통한 전문가다. 1993년 신영증권 운송 담당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그는 피데스투자자문 펀드매니저 등을 거쳐 지난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로 자리를 옮긴 고참 증권맨이다. 동시에 중학교 때부터 공부한 명리학으로 4000명을 상담해준 사주 전문가이기도 하다. 퇴근 뒤 여유시간이나 주말에 인터넷 사주상담을 무료로 하기도 한다. ‘숨은 고수’로 입소문까지 타면서 이제는 물밀듯 쏟아지는 상담 요청으로 곤란한 지경이 됐다. 상담을 청하는 이들은 유명 리서치센터장이나 펀드매니저, 업계 임원부터 사내 노처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표와 통계를 바탕으로 증시와 종목을 분석하는 업무와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일은 얼핏 이질적인 듯하다. 하지만 그는 “명리학에서든 증시에서든 자기 스스로를 잘 이해함으로써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명리학에 따르면 한 사람이 태어날 때 생성된 에너지(성향)가 일생을 만든다”며 “중요한 것은 현재 자신을 곤경에 빠지게 만든 타고난 성향을 정확히 알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 가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주를 봐줄 때도 타고난 에너지나 성향을 분석해 상담을 해주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일절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대부분 불행한 미래를 듣는 순간 자포자기하면서 에너지 균형을 스스로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은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래 주가의 방향을 읽고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덤벼들다 보면 마음의 균형부터 잃게 된다. 그는 “바닥에서 팔고 상투에서 사는 개미들의 투자 패턴이 여기서 나온다”고 꼬집었다. 행복한 인생이 스스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처럼 현명한 투자 비법도 마찬가지라는 것. 그는 “개인투자자들은 지식, 정보 모든 면에서 기관투자가나 전문투자자에게 밀리기 때문에 돈을 탐하는 불안정하고 다급한 마음으로 투자해서는 백전백패의 악순환뿐”이라며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만 마음도 평정을 유지할 수 있고 수익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투자자라면 자동차나 관련 부품주에 장기 투자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

그가 애당초 명리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사주가 나쁘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뭐가 그렇게 나쁜지 알아나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공부에 취미를 붙여 지금의 수준이 됐다. 그는 “스스로의 성향이나 단점을 알다 보니 리스크 관리를 한다거나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극심했던 최근 증시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삶에서든 주식투자에서든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으로 절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란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