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의 정당정치 살리기냐… 朴의 비정치권 반란이냐
여의도역 앞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앞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나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와 20분간 시내를 걷는 등 도보나 지하철을 이용해 시민들을 만나 ‘기호 1번’을 찍어줄 것을 당부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왼쪽사진) 광화문광장에서… 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총집중유세에서 모여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전날부터 잠을 자지 않는 ‘철야유세’를 통해 서울 10개 지역을 누비며 ‘기호 10번’을 외쳤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기성 정당과 시민사회 세력의 맞대결로 진행되는 선거구도 자체가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집권 여당이며 지난 9년 동안 서울시장직을 이어온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에 맞선 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등 야권 정당의 지지도 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진보적 시민사회 세력을 기반으로 출마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50여 년의 전통에 10년의 집권 경험까지 가진 민주당은 아예 후보를 내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와 각 당의 자체 판단에서 두 후보는 막판까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1995년 첫 민선 서울시장을 뽑기 시작한 이래 비정치권 출신으로 선거에 처음 나선 무소속 후보가 이렇게 선전한 것도 처음이다.
박 후보는 당초 출마의 뜻을 내비쳤을 때 5% 안팎의 지지율에 그쳤지만 역시 정치권 밖에 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후보 양보 직후 지지율이 50% 안팎으로 수직 상승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김영삼 전 대통령도 ‘정치의 위기’라고 한목소리로 진단했다.
이번 선거는 한국 사회의 첨예한 갈등 구조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사실상 여야 간 ‘일대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이념과 세대 간 대립이 더욱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전이 유례없이 격화되면서 혼탁한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反)한나라당 기치를 내건 진보세력은 박 후보를 중심으로, 박 후보의 국가관을 의심하는 보수진영은 나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또 30대는 박 후보를, 50대 이상은 나 후보를 집중 지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느 쪽 지지자가 투표장에 더 많이 나오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흐름을 표로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재·보선 이후 정치 지형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 후보를 지원한 안 원장 등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승패와 관계없이 여야 모두 기존의 아날로그 정당 체제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 정치의 방향을 결정지을 시간이 다가왔다. 그 중심에 서울시민들이 서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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