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은 올해도 가을에 울었다. 5차전 패색이 짙어지자 덕아웃에서 롯데 선수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직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되돌아 본 양승호의 롯데
한때 꼴찌서 정규리그 2위 우뚝 서
대권기회 잡았지만 SK에 아쉽게 져
세밀한 작전·자율야구로 컬러 변신
강민호 장원준 김사율 성장 큰 수확
“포스트시즌 삼수생도 아닌 사수생인데, 이번엔 꼭 이길 수 있다”던 주장 홍성흔의 자기 최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오늘은 영업 때려 치우고 일찌감치 야구장 간다. 부산이 이긴다”던 한 택시 기사의 바람도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가 또 한번 가을잔치에서 가슴앓이를 하고 말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주저 앉았던 롯데는 올해 1989년 단일리그 이후 팀사상 처음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해 PO에 직행하면서 어느 해보다 큰 꿈을 꿨다.
삼성 SK KIA 등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세 팀이 올시즌 꾸준히 상위권에 포진했던 것과 달리 롯데는 초반 한때 꼴찌까지 떨어지는 등 바닥을 경험한 뒤 7월 이후 급상승세로 반전, 팀창단 후 처음 4년 연속 가을잔치에 참가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시즌 초반 ‘양승호구’에서 어느 순간 ‘양승호굿’으로 바뀐 양승호 감독의 별명이 롯데의 한 시즌을 축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팀 분위기를 이끈 양 감독은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인정하면서 팀을 추스르고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지도력으로 PO 직행을 이끌었다.
특히 양 감독은 전임 로이스터 감독과 달리 코치들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코치들이 스스로 알아서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PO를 통해 ‘롯데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지나치게 공격적이던 타자들의 성향은 세밀한 작전야구를 펼칠 수 있는 자질로 바뀌었고, 단조로운 몸쪽 승부만을 펼쳤던 포수 강민호는 다양한 방법으로 투수들을 리드했다. 장원준이 개인 최다인 15승을 거두고, 김사율이 20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하는 등 시즌 동안 전반적인 투수들의 성장도 확인했다. SK 김강민은 “실력이 없으면 정규시즌에서 절대 2위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직|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