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에 거센 역풍 우려… 튀니지 前대통령 망명 허용바레인 시위때 파병도 주도… 민주화 요구 적극 차단할 듯
사우디 왕실은 올 6월부터 미국 뉴욕 ‘장로교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왕세제(王世弟·왕의 후계자로 지명된 동생) 술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가 22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나이는 80세지만 실제로는 85세로 추정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은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 사우디에 보수 반개혁 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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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프 장관은 아랍권에 부는 ‘재스민 혁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월 수니파가 집권하고 있는 바레인에서 민주화 시위대를 진압할 때 시아파 종주국 격인 사우디가 군대를 보내 지원한 데는 나예프 장관의 역할이 컸다고 외신은 전한다. 그는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지를 나타내고 있으며 1월 재스민 혁명으로 축출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을 사우디로 피신하도록 했다.
압둘라 국왕도 미국 정부가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의 퇴진을 압박할 때 직접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무바라크를 모욕하지 말라”고 항의할 만큼 민주화에 소극적이다. 이런 가운데 나예프 장관이 승계하면 아랍 민주화에는 더욱 역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예프 장관은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해서는 강력한 진압 의지를 나타내는 등 친서방 미국 외교 중시 노선을 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개혁적이고 아랍 민주화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성향 때문에 그가 왕위에 오르면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예프 장관은 사우디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5년부터 지방정부 선거에 한해 여성의 참정권을 부여한다’는 제한적 민주화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 사우디 ‘형제 승계’ 시련 맞을 수도
술탄 왕세제의 사망으로 사우디의 독특한 형제 승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우디는 7세기 초 강력한 신정국가를 세웠다가 군소 부족으로 분할되어 있었다. 1927년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에 의해 단일 국가로 통합된 후 1932년 왕조 국가를 세웠다. 압둘 왕은 최소 22명의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45명 중에서 왕을 승계토록 했으며 1953년 그가 사망한 후 장자인 사우드가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이복동생 파이살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왕족회의 결정을 통해 쫓겨났다. 이어 왕위에 오른 파이살은 조카에게 피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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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