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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회장님과 조폭

입력 | 2011-10-19 03:00:0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7년 시비 끝에 아들을 때린 북창동 술집 종업원들을 심야에 인적이 드문 청계산으로 끌고 갔다. 조직폭력배를 대동한 그는 아들을 때렸다고 나선 조모 씨를 쇠파이프로 한 차례 때린 뒤 발로 마구 폭행했다. 나머지 종업원도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았다. 김 회장의 아들이 “조 씨가 나를 때린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하자 그들은 다시 북창동으로 향했다. 술집에 들어간 김 회장은 술집 사장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폭행 당사자 윤모 씨가 불려왔고 김 회장이 윤 씨를 때리려 하자 아들이 말리더니 대신 자기가 맞은 만큼 때렸다.

▷SK그룹 가문의 최철원 전 M&M 대표는 지난해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유모 씨를 사무실로 불렀다. 임원 중 한 사람이 그의 무릎을 꿇리자 최 전 대표가 들어왔다. 최 전 대표는 “엎드려라, 한 대에 100만 원이다”라며 야구 방망이로 유 씨를 내리쳤다. 유 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구타는 계속됐다. 10대를 맞은 유 씨가 안 맞으려고 몸부림을 치자 그는 지금부터 한 대에 300만 원이라며 3대를 더 때렸다. 이어 그는 유 씨를 일으켜 세워 뺨을 때리고 두루마리 휴지를 입안에 물리고 얼굴을 가격했다.

▷섬유유연제 생산업체 피죤의 이은욱 전 사장은 지난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다 조폭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전 사장은 올 2월 피죤 사장에 취임했으나 4개월 만에 피죤의 창업자인 이윤재 회장에 의해 해임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찰 수사 결과 3억 원을 주고 광주 무등산파 조폭을 동원한 이 회장의 청부 폭행으로 밝혀졌다.

▷이 회장은 경찰의 출두 통보를 받은 직후 병원에 입원해 환자복을 입고 조사를 받더니 결국 구속되지 않았다. 법원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해 “범죄 혐의가 인정되나 이 회장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김승연 회장과 최철원 전 대표는 모두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법원이 회장님들의 ‘사적 보복 폭행’에 이렇게 관대하다면 ‘有錢無罪(유전무죄)’와 뭐가 다른가.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