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오명 KAIST 이사장은 경기고 재학 시절 “뛰어난 학자나 사업가가 되고 싶으면 서울대에 가고,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면 육사(陸士)를 가라”는 교장의 훈화에 감동해 육사 진학을 결심했다. 그 무렵 공부 잘하는 고교생들이 그런 사명감을 안고 육·해·공군사관학교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졸업 후 군인 관료 기업인 등으로 활약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근대화의 기틀을 다지는 데 힘을 보탰다.
최근 들어 우수한 고교생들이 다시 사관학교로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사관학교의 입시경쟁률은 육사 21.9 대 1, 해사와 공사가 26.1 대 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육사 2차 합격자의 3분의 1이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이며 대부분 내신 1등급일 정도로 성적도 뛰어나다. 입학정원을 10% 늘려 뽑기로 했을 정도다. 불과 10여 년 전에 경쟁률이 급락하고 지원자들의 성적이 너무 낮아 고심 끝에 신입생을 정원보다 적게 뽑아 소수정예 원칙을 고수한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사관학교의 인기가 올라간 것은 요즘 청년세대의 고민거리인 학비 병역 취업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현실적인 타산이 전부는 아니다. 사관학교는 생도들이 투철한 국가관과 자부심을 갖고 학업과 훈련에 매진하면 애국심 지혜 용기 절제 봉사 리더십 같은 지도자의 덕목을 두루 길러 주는 도장(道場)이다.
지덕체(智德體)를 갖춘 학생들이 사관학교를 선택하게 하려면 직업군인이 자긍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군의 지속적인 복지 개선도 절실하지만 사관학교 졸업생이 일등 신랑감, 신붓감으로 꼽히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