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려나는 분식포장마차
프랜차이즈 ‘북적’… 노점 ‘썰렁’ 2008년 1000여 곳에서 올해 6월 현재 2000여 곳으로 늘어난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소가 다양한 메뉴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손님을 끌면서 노점상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홍익대의 유명 떡볶이 프랜차이즈(위)는 붐비고 있는 반면 인근 노점상에는 손님이 없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의 한 포장마차. 10년여간 이곳에서 떡볶이를 팔았다는 이모 씨(54)의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했다. 떡볶이와 순대는 몇 접시 팔리지 않고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씨는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소가 많아져 노점에 오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푸념했다.
○ 젊은층 프랜차이즈 선호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2008년 1000여 곳 안팎이던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올해 6월 기준 2067곳으로 늘어났다. 브랜드도 35개나 된다. 메뉴 개발과 안정된 브랜드 파워까지 갖춘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파상공세에 노점상은 속수무책이다. 노점상들은 “단속보다 무서운 게 프랜차이즈”라며 포장마차를 거두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까지 2500개 안팎으로 추산되던 포장마차는 지난해 1038개까지 줄었다.
프랜차이즈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프랜차이즈 떡볶이의 원가는 판매가격의 40% 수준이지만 노점상 떡볶이의 원가는 50∼60%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대량 구매를 통해 싼 가격으로 재료를 공급하고 있고 로열티도 매달 20만∼30만 원에 불과해 경쟁력이 높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떡볶이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63·여)는 “우린 가격 경쟁력이 없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 장사’만 해도 프랜차이즈를 상대하기가 버겁다”고 말했다.
○ 창업비용 적은 프랜차이즈 인기몰이
떡볶이 프랜차이즈는 창업비용이 3000만∼5000만 원(점포 임차비용 제외) 선으로 저렴하고 경기를 타지 않아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월 1500만 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리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떡볶이 산업 육성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에는 떡볶이 연구소를 설립했고, 2013년까지 메뉴 개발 및 창업 교육에 14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 1조 원 규모인 떡볶이 시장은 2013년 1조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떡볶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던 노점상들은 프랜차이즈와의 경쟁과 지자체들의 단속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에 빠지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회 관계자는 “노점상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조건 불법이라고 몰아내지 말고 영세한 노점상인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