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정치부 기자
14일 오전 외교통상부 기자실. ‘개방과 공정의 외교부 실현을 위한 인사조직 개혁성과’라는 제목의 자료를 기자들에게 나눠 준 전충렬 기획조정실장은 공정한 인사를 위해 외교부가 기울여온 노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은 지난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의 특채 파동 이후 외교부가 대대적인 인사쇄신 방안을 내놓은 지 꼭 1년이 되는 날. 전 실장은 27개에 이르는 주요 인사쇄신 방안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1년 전 약속이 그대로 다 지켜졌다”고 자평했다. 차관급 공관장 자리를 21개에서 13개로 줄인 데 대해 “굉장한 결단이며 뼈아프게 진행한 조치”라고 힘줘 말했고, 28명의 국장급 인사가 전원 참석하는 ‘제2 인사위원회’를 신설한 데 대해선 “자리 하나를 놓고 7, 8시간 토론할 때도 있다. 너무 힘들어서 사람이 미칠 지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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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B+’를 주기엔 이르다는 게 관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외교부는 올해 초부터 ‘상하이 스캔들’과 코트디부아르 대사의 상아 밀수입 사건, 주독일 대사관 소속 고위 공무원의 음주운전 추정 사고 등 일련의 기강해이 사건을 드러냈다.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는 외교부 전·현직 직원의 주가조작 개입설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런 기강 해이와 인사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 문제 모두 외교부 직원들의 ‘엘리트 의식’과 ‘끼리끼리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외교부 혁신의 ‘사명’을 띠고 파견된 전 실장이 소속 부서인 행안부로 복귀하면 그동안의 시도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사 개혁의 관건도 결국 외교부 직원들의 의식 변화에 달렸기 때문이다. 벌써 일부 외교부 직원 사이에선 “윗사람의 잘못으로 왜 우리가 인사 불이익을 당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외교부는 ‘눈물겹고 뼈아프게’ 혁신을 해왔다고 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아직 멀었다.
이정은 정치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