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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선희]대학 반값등록금 실현 가능한가

입력 | 2011-10-14 03:00:00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중재학회 회장

최근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고용이 창출되지 않자 취업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졸업을 미룬 채 5, 6학년으로 대학에 적을 두는 학생이 많다. 이는 이렇게 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 중에는 수업을 한 과목도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학교에 학적을 유지하려면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니 그런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반값등록금 운동은 고용 불안에 대한 돌파구의 하나로 보인다. 반값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정말 대학 등록금이 반값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반값 운동을 하기보다는 사회적 현실이 답답해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학 등록금 반값 운동이 확산되면서 전국 각 대학 캠퍼스에서 등록금 반값 실현을 위해 집회는 물론이고 군중이 밀집한 도심 한가운데로 뛰쳐나가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도 젊은 세대의 표를 의식해 학생들의 집회에 참석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조 발언을 한다. 물론 정치인들이 거리로 나가 국민의 애환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할 일의 하나이지만 거리에 나가 시위하는 학생들을 선동하거나 동조하면 집회는 과격한 행동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서울시내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져 경찰이 집회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물대포가 등장하고 일부 학생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어떤 학생은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고리(高利)로 빌리기도 하고, 생활비까지 고리 대부업체에서 빌리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대학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언론에 따르면 지방의 모 대학은 등록금을 반값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 사립대학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다른 대학에서도 등록금을 낮추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학교 구성원인 교수와 직원의 월급이나 시설 등을 반으로 줄이거나 국고에서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즉 학교 교직원의 월급을 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다른 물가는 그대로 두고 교직원들의 월급만 반값이 되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돼 부족한 만큼 부업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학문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되고, 학교의 시설을 줄이면 학생들의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게 돼 등록금 반값의 적절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또 후자의 국고에서 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안은 대학의 등록금 반값을 실현하는 대신 그에 따른 부족분을 국고에서 대학에 지원해 주는 것이다. 국가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1848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 되므로 설득력이 없는 해결 방법이다. 한편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가정에서는 있는 집 자식만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 사회적 불공평성이 문제된다. 또 그렇게 하려면 모든 대학을 국립화해 등록금을 전부 면제해야 하는데 이 방법 또한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먼저 학업 능력은 있으나 경제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대출해 주고 취업 후에 상환하도록 하면 막대한 정부 예산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고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대학생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오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대학생들도 학업기간에는 학업에 전념하고 취업한 뒤에 상환할 수 있는 만큼 안심하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실현이 가능하지 않은 반값등록금이라는 주장을 표를 의식해 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정부의 정책에 반영해 등록금이 조금이라도 인하돼 가계와 젊은이들에게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언론도 정치인들의 표를 의식한 ‘아니면 말고’식 주장들을 검토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자제하고 사실을 전달할 때도 국민을 자극하는 문구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중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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