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3일 “오늘 새벽 론스타가 재상고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문 팩스를 금융위 사무실로 보내왔다”며 “유죄가 확정된 만큼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 등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연내 외환은행 인수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 조만간 외환은행 지분매각 명령
론스타는 당초 13일까지 대법원에 재상고하면 지분매각 명령 등의 금융위 행정절차를 늦출 수 있었다. 실제로 론스타가 재상고를 한 뒤 시간을 끌면서 매각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론스타는 ‘먹튀’ 논란에 휘말리기보다는 재상고를 포기한 뒤 빨리 외환은행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측과 물밑 협상을 통해 외환은행 주식이전계약과 관련한 세부 조건들을 합의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하나금융, 사회공헌 기금으로
이제 남은 과제는 인수가격이다. 하나금융은 7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주식을 1주당 1만3390원에 사는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충격으로 13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792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은 조만간 론스타와 접촉해 가격을 다시 협상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주가가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인수가격을 수천억 원 깎아야 한다”며 “다만 이를 하나금융이 챙기지 않고 국부유출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을 감안해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는다는 게 김승유 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격을 깎을 생각이 없다는 론스타의 뜻을 우회적으로 전해 듣고 있다”며 “인수가격이 기본적으로 외환은행의 내재가치를 바탕으로 정해진 것이지만 외환은행 주가가 반 토막 난 상황에서 가격 재협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계는 하나금융이 인수가격을 많이 깎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와 체결한 계약서에 최종 계약이행 단계에서 인수가를 재조정할 수 있는 재협상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테러나 천재지변 등 돌발상황에 대비한 ‘맥(MAC·Material Adverse Change), 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긴 하지만 이는 계약을 포기할 수 있는 근거일 뿐 인수가격 조정의 근거로 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