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선 보인 화생방 방호시설 가보니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 입구에서 소방방재청 관계자 등이 연기를 발생시켜 화생방 방호시설이 이를 잘 막는지 시험하고 있다. 합금 철문에 부착된 원형 핸들을 돌리면 열리고 잠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본보 6월 10일자 A18면 소방방재청…
북한의 화생방 공격 등 유사시에 시민들이 대피해 6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시설이다. 소방방재청은 전문가와 함께 지난달 30일 외부 공기가 완벽하게 차단되는지 성능 시험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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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생방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에 11곳뿐이다. 그동안 서울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 이후 군사용 수준은 아니지만 긴급한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간이 방호시설’을 민간 건물에 갖추기로 했다. 서울에 갖춰진 방호시설 두 곳의 핵심은 유사시 출입구를 외부와 차단하는 합금 재질의 출입문이다.
신금호역 출입구 중간에 설치된 출입문의 잠금장치는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정도의 힘이면 충분히 작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외부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밀폐하는 설비다. 외부에서 연막을 발생시켜 실험한 결과 오염된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았다. 비상시에는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는 환풍구도 차단되며 지상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도 밀폐된다. 군사용만큼은 아니지만 500파운드(227kg·10층 건물을 붕괴시킬 규모)의 폭탄이 10m에서 터질 때 실내를 보호할 만한 수준의 방폭 기능도 갖추고 있다.
정릉주차장은 차량 출입구를 밀폐하는 대신 ‘에어 커튼’을 설치해 외부 공기를 밀어내고 방염 기능을 갖춘 특수 재질의 천으로 외부와 차단하는 방호시설을 갖췄다.
김석봉 육군사관학교 학술정보원장은 “예산이나 건물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이 정도 수준의 간이 방호시설을 갖추는 것은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 곳에 방호시설을 갖추는 데 들어간 예산은 5000만 원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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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시설에 설치 권고
방재청은 지하철역과 공공건물에는 이 같은 간이 화생방 방호시설을 갖추라고 권고할 방침이다.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 따라 우선 관련기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해외에서는 이와 유사한 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스위스는 신축건물과 인구 1000명 이상 거주지역에는 의무적으로 방공호를 설치하고 있다. 러시아도 지하철을 지을 때 화생방과 방사능 방호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도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는 유사한 기능의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