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200만여명 뽑는 선거 넉달째 진행중黨추천 받지 않은 독립후보 수십만명 나설듯
중국 베이징 순이(順義) 구의 한 선거구에서 최근 기층 인민대표 선거 홍보 활동이 펼쳐 지고 있다. ‘인민을 위한 인민대표’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출처 런민망
체육기자 출신으로 중국 축구계 비리의 내막을 파헤치고 지방정부의 묵인 아래 자행돼 온 강제철거를 강력히 규탄해 온 리청펑(李承鵬·43) 씨는 이렇게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는 중국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시 한 선거구의 인민대표(구의원 격)에 출마한다.
중국 전역에서 7월 1일부터 5년마다 치러지는 ‘기층 인민대표 선거’가 한창이다. 최하급 인민대표인 기층 인민대표는 구현향진(區縣鄕鎭)에서 선출되는 의원을 통칭한다. 현재 진행 중인 이 선거에는 공산당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후보’들이 대거 출마했다. 1당 독재체제인 중국 정치의 기존 판도를 깨는 새로운 풀뿌리 민주주의의 태동으로도 읽히는 현상이다. 공산당은 정책 비판 등 목소리를 높이는 이 독립후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17년 동안 정치제도를 연구해온 민간기구 ‘세계와 중국연구소’(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는 ‘독립 후보’가 대거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시사주간 야저우저우칸(亞洲週刊)은 과거 선거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공산당 등 정당 지명 △공산당 산하의 군중단체 지명 △선거인 10명 이상의 추천이 필요하다. 과거 절대 다수는 공산당 또는 군중단체가 지명하는 인사들이었다.
독립 후보는 인권운동을 하거나 자유 민주를 주창해온 이상주의자가 대부분이어서 공산당에 껄끄러운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들의 출마와 당선을 막기 위해 협박과 탄압 등 각종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야저우저우칸은 전했다.
따라서 선거 열기도 매우 약하다. 한국인이 밀집한 베이징의 왕징(望京)이 속해 있는 차오양(朝陽) 구도 9월 중순부터 선거활동이 시작됐으나 벽보와 펼침막이 골목길에 간간이 붙었을 뿐이며 유세 등 선거 활동도 거의 없다.
이들 기층 인민대표는 해당 지방의 행정을 감시감독하고 한 단계 위의 인민대표인 성시자치구 인민대표에 대한 투표권을 가진다. 성시자치구 인민대표는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의 선거인단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