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국제부
최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스타 체임버’ 논란에 휩싸였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알려진 문건 때문이다. FBI의 감시대상자 명단에 오른 용의자에 대한 대응요령을 담은 이 문서엔 ‘정부당국의 조사에서 테러 혐의를 벗은 인물일지라도 FBI는 감시대상자 명단에 올려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FBI 자체 판단에 따라 ‘잠재적 용의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서에 따르면 감시대상자가 되면 상당한 불편이 뒤따른다. 공항이나 항구에서 ‘특별 수색’을 받고, 경찰의 불심검문 대상에도 오른다. 치안당국은 이들의 행보를 주기적으로 체크해 FBI에 보고한다. 문서에는 “용의자가 이런 대우를 받는 이유가 감시대상자 명단에 올랐기 때문인 걸 알지 못하게 주의하라”라는 지침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감시받는 이 같은 ‘비밀주의’에 인권단체들은 특히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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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래 미국은 끊임없이 테러 위협에 시달려왔다. 정보당국이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명단의 맹점은 분명히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법치국가는 무죄추정주의가 원칙이다. 인권은 둘째 치고 정부기관이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건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특히 미국은 인권과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나라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탄생한 배경 중에는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인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일부 희생시킬 수 있다는 강경 철학을 밀어붙인 조지 W 부시 정권에 지친 미국인들의 선택도 작용했다. 민주주의와 스타 체임버는 양립하기 어렵다.
정양환 국제부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