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진/애니 머피 폴 지음·박인균 옮김/344쪽·1만5000원·추수밭
애니 머피 폴
임신했거나 임신을 하고자 하는 여성의 마음을 이처럼 오싹하게 하는 주장이 또 있을까. 오늘 점심 때 먹은 생선회 한 점이 태아에게 치명적인 수은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독한 감기 때문에 먹은 약 한 알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어젯밤 야근이 태아에게도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닌지, 그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미국의 여성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역시 동일한 고민과 의문 속에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태아기에 대한 각종 가설과 과학적인 실험, 수치 등을 검증하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엄마가 먹는 음식이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흡연과 음주, 약 복용 등은 정말 하면 안 되는지 등 임신한 여성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뒤 저자는 “임신 9개월의 시간과 자궁이라는 공간은 아이의 인생 구석구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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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배 속 시간을 다루다 보니 건강한 아이를 위한 엄마의 역할만 지나치게 강조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베이비 플랜’의 저자인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건강한 아이를 만든다. 남자와 여자 모두 수정 시점 기준 6개월 전부터 임신에 최적화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착상 이후 태아기를 강조한 이 책이 임신을 위해 아무런 건강관리도 하지 않는 남성들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곤란하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