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한국 독자적 OS 확보는 필수
앞으로는 거의 모든 IT 제품이 스마트제품으로 변할 것이다. 컴퓨터는 물론이고 TV 냉장고 자동차 등 모든 생활용품이 스마트 운영체제(OS) 위에서 작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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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 스티브 잡스가 내놓은 스마트폰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핵심은 모든 사람이 사용하기 편한 OS 소프트웨어다. OS는 기계를 동작시키는 프로그램으로서 ‘기술’이면서 동시에 ‘문화’다. 첫째 ‘기술’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제품으로 실현해 주는 도구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는 그런대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단지 개발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경험으로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몇날 며칠 잠을 자지 않고 몰입하는 ‘미친’ 짓이다. 이 세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험해 보고 실패해 볼 수 있는 그런 곳에서 명품 소프트웨어는 탄생한다. 전 세계에서도 대기업이 성공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예는 거의 없다. 벤처기업에서 출발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한 후에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벤처기업을 매입해 역량을 키운다.
두 번째로 스마트폰의 OS는 ‘문화’ 상품이다.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기계에 구현하여 주기 때문에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그대로 상품이 된다. 스크린의 색깔, 글자판의 모양, 글자 입력 방법, 문자를 보내는 절차, 번호를 찾는 방식, 손가락 동작 등은 인터페이스 언어다. 인간과 기계가 소통하는 언어로서 문화적인 산물이다. 잡스가 세계를 놀라게 한 스마트폰의 핵심도 결국 세계 모든 문화권의 사람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글로벌 인터페이스다. 그리고 애플이 유럽 법원에 삼성을 제소한 내용도 주로 인터페이스를 모방했다는 것이다.
거액 상금 걸고 개발 촉진해야
OS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산처럼 보이지만 올라가지 못할 산은 아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올라갔던 길이 있고 리눅스처럼 공개된 것도 있다. 안드로이드 OS도 공개된 리눅스를 바탕으로 개발한 것이다. 발견도 아니고 발명도 아니다. 우수 인력 10명이 2년만 미치면 되는 일이다. 초기 안드로이드 OS 개발팀도 10명 미만이었다. 100권짜리 대하소설을 쓸 정도의 창의력과 몰입에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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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유행하는 공개 오디션 방식을 적용하자. 2년의 시간을 주고 100억 원의 상금을 건다. 애플이나 안드로이드의 OS를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어 오게 한다. 예비심사를 거쳐 5개 팀을 선정하여 개발환경을 마련해 주고 멘토도 붙여준다. 중간에 간섭하지 않고 결과만 평가한다. 기술 부분은 전문가들이 평가하지만, 인터페이스는 외국인이 포함된 일반 평가단도 참여한다. 글로벌 인터페이스를 발굴하기 위함이다. 100억 원 상금이 많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기업 관리 방식으로는 1000억 원을 투자해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100억 원이면 싸다고 본다.
케이팝(K-pop)의 성공을 보면 우리에게는 세계 문화를 흡수 소화하여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저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 주면, 세계인이 ‘미칠’ 수밖에 없는 기발한 OS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2년 후 100억 원 우승팀의 문화 멘토는 이수만 씨나 박진영 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khle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