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 국제부
하지만 회원국 지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혀 회원국 지위 획득은 난망이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이 국가 지위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유엔총회에서 회원국 3분의 2의 찬성을 얻으면 ‘표결권 없는 옵서버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보건기구(WHO) 유네스코 등 유엔 기구의 정식 회원국이 될 수 있다.
옵서버 국가가 가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구는 국제형사재판소다. 팔레스타인이 회원국이 되면 숙적 이스라엘과의 대결 양상은 새 국면을 맞는다. 지금처럼 외롭게 이스라엘과 맞서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땅을 점령한 이스라엘을 재판소에 제소하고 이론적으론 이스라엘군 병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과의 분쟁은 국제화하고 국제 법률적인 문제로 전환된다. 이스라엘로서는 악몽이다.
압바스 수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으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 같은 큰 족적을 남긴 지도자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야망과 이상 속에는 적지 않은 현실적인 대가가 있다.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요즘 중동 정세를 보면 ‘정치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곡예’라는 말이 실감난다.
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