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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버핏 비서가 버핏보다 세금 더 높아서야…” 연설에 “버핏 비서가 누구냐”

입력 | 2011-09-21 03:00:00

美 중산층 ‘상징’으로




미국 진보정치단체 무브온이 만든 ‘내가 버핏 비서’라는 제목의 30초짜리 비디오. 교사 간호사 경찰 등 3명의 월급 소득자가 등장해 “버핏보다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1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부자증세안을 내놓으면서 언급한 가공인물 ‘버핏의 비서’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비디오 화면 촬영

“대통령의 연설은 한 명의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바로 ‘버핏의 비서(Buffett’s secretary)’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억 달러 재정적자 감축 연설 후 이같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부자증세를 촉구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거명하며 “‘버핏의 비서’가 버핏보다 더 높은 세금을 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연설 후 ‘버핏의 비서’는 일약 세간의 화제로 등장했다. 언론들은 “연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버핏의 비서’였다”고 보도했다. ‘내가 버핏 비서’라는 제목의 비디오도 등장했다. 진보운동단체 무브온(MoveOn)이 만든 30초짜리 이 풍자 비디오에는 교사, 간호사, 경찰 등 3명이 출연해 “내가 바로 버핏의 비서”라며 “나는 자식이 3명이나 있고 연봉이 4만 달러밖에 안 되지만 버핏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빨리 의회가 세법 체계를 뜯어고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트위터에서도 화제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내가 버핏의 비서인데 세금에 허리가 휘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고 살 만하다”는 메시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진짜 버핏의 비서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언론도 진짜 비서가 누구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어 하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의 불합리한 세법 체계를 감수해야 하는 상징적 인물로 억만장자 버핏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필하는 ‘비서’라는 직업이 등장해 계층 간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 언론 분석에 따르면 버핏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비서일 경우 평균 연봉이 4만∼5만 달러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그에게 부과되는 소득세는 연소득의 15∼25%. 그러나 4600만 달러의 연소득을 올리는 버핏에게 부과되는 소득 세율은 15%에 불과하다. 그의 총소득에서는 투자에 따른 자본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장기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이 최고 15%에 그치기 때문이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