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수록 승진 기회 많을수록 ‘확정급여형’ 제격
퇴직연금 투자는 55세나 58세 이후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5세까지, 혹은 그 이후에도 수입이 없는 퇴직자들이 쓸 자금을 마련하는 장기 레이스다. 따라서 주가 급락기라는 특정 시기에 성과를 따져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시기와 개인적 상황에 따라 퇴직연금제도 선택 방법이 다를 수 있다. 퇴직연금 가입요령을 알아본다.
○승진 기회 많을수록 DB형 유리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규모는 7월말 현재 37조1058억 원으로 지난해 말 29조1472억 원보다 27%나 늘었다. 올해부터 기존 퇴직금에 적용하던 세제혜택이 점진적으로 없어지면서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 갈아타는 회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시장은 연말까지 50조 원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 보험업계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 확보전이 불붙었다.
통상 젊을수록, 승진 및 승급의 기회가 많을수록, 꾸준히 높은 임금인상률을 보장하는 회사에 다닐수록 DB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반대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에서 피크제 대상이거나 회사를 자주 옮겨 근속연수가 길지 않거나 연봉제 직장인이라면 DC형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자신의 전체 자산 배분 현황을 따져본 뒤 가입하는 게 좋다. 권용수 삼성증권 퇴직연금솔루션 팀장은 “입사 초기에는 임금인상률이 높기 때문에 젊은 직장인이라면 DB를 먼저 선택한 뒤 DC가 유리해지는 시점에 DC로 전환하는 게 좋다”며 “만일 중간정산을 받은 경우라면 DC를 선택해 적극적인 운용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은 어떻게
DB형은 운용성과와는 상관없이 가입자 개인이 가져가는 자금은 확정돼 있다. 하지만 DC형을 선택했을 때는 금융상품을 잘 구성해야 수익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퇴직시점까지 길게는 30년 넘게 운용되므로 장기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되 자신의 투자성향에 알맞게 자산운용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분산투자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조석래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컨설팅 팀장은 163억 달러를 운용하면서 10년간 연평균 16.3%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예일대 기금운용의 사례를 들며 “원칙을 지키는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일기금이 타 대학 기금보다 성과가 높았던 주된 이유로 △다양한 투자자산에 분산 투자한 점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한 점 △자산배분 전략을 사용한 점을 꼽았다.
공격적 투자자라면 적절한 투자목표를 수립해 운용하되 일정 기간(통상 1년)마다 투자성과를 분석해 자산배분을 조정하는 게 좋다. 퇴직연금 펀드에서 가장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은 주식을 40% 이상 편입한 채권혼합형펀드다. 김대홍 신한금융투자 퇴직연금지원부장은 “최근 1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위권 펀드를 고르고 되도록이면 펀드 규모가 어느 정도 큰 펀드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취지 중 하나는 저금리 상황에서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를 통해 노후 생활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DC형의 수익률을 더 높이려면 퇴직연금에 주식 편입비중이 높은 펀드를 하루빨리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금융당국은 당초 올 상반기까지 퇴직연금에 주식형(주식 60% 이상) 또는 주식혼합형(주식 50% 이상) 펀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시장 급변동 때문에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