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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조원 11명뿐 위장하려 잠수함 불태우고 자살”

입력 | 2011-09-14 17:20:00

육군 23사단,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생존자 이광수씨 초청강연




15년 전인 1996년 9월 18일 새벽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해안으로 북한 잠수함이 침투, 49일간 치열한 '작은 전쟁'이 벌어졌다.

같은 해 11월5일까지 연 150만 명이 투입돼 침투공비 25명을 소탕한 것이다.

아군 7명을 비롯한 민간인 4명이 숨지고 2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주는 등 분단의 비극을 대변한 이 작은 전쟁은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져 갔고 당시 침투현장에는 통일안보공원이 조성돼 당시 무장공비들이 사용했던 잠수함이 전시돼 있을 뿐이다.

해안 경계를 담당하는 육군 제23보병사단은 14일 당시 침투했다가 생포돼 전향한 이광수(48)씨를 초청, 북한군의 침투전술에 대한 안보강의를 듣고 실제 침투지역지형정찰, 전술토의를 실시하면서 다시는 그런 비극을 초래하지 않기 위한 완벽한 경계태세 확립을 다짐했다.

침투 당시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씨를 초청, 그날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침투로에 대한 지형정찰을 실시한 것은 장병들의 안보의식 고취와 함께 대 침투 작전수행능력 향상, 민ㆍ관ㆍ군ㆍ경 통합방위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실시하는 '리멤버(Remember) 9ㆍ18' 훈련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이씨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현지 전술토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중대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안보교육에서 북한군의 침투전술과 군사적 위협에 대해 강의한 뒤 당시 침투현장이었던 통일안보공원을 답사하고 북한군의 도주로였던 청학산 일대에서는 현지 전술토의를 실시했다.

베이지색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알이 큰 검정 스포츠 선글라스를 낀 채 15년 전자신이 타고 왔던 잠수함이 전시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씨는 괘방산과 군 초소,도로변 가드레일, 모텔, 등대, 비트 확보 및 접선 장소 등 당시의 지형지물까지 일일이 거론하며 침투 당시를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씨는 "이북에서 훈련을 받은 곳과 이곳의 차이는 도로에 차가 많이 다니고 불이 환한 것을 빼고는 똑같았다"며 "군 초소가 있지만, 근무를 서지 않는 것까지 알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대부분 잠수함이 후진하다가 암초에 걸린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앞으로 들어 왔으나 파도가 너무 쳐서 옆으로 밀리면서 암초에 걸렸고 프로펠러가 망가지면서 좌초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수함 내부를 불태우고 11명만 자살한 것은 탑승 승조원이 11명뿐인 것으로 위장해 군의 작전을 끝내려던 치밀한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장병들은 침실, 회의실, 함장실 등 잠수함 내부를 둘러보고 이씨로부터 침투 당시 잠수함에서의 상황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수색대대 중대장 배주억 대위는 "실제 우리 지역에 침투했던 이광수 씨의 설명을 들으니 현장감 있고 적의 위협에 대해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와 사단 장병들은 당시 무장공비 시신 11구가 발견되고 이씨가 생포되기 전 마지막 도주지역이었던 청학산을 찾았다.

이씨는 "장병들과 다시 이 자리에 와보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북한은 변함없는야욕을 갖고 계속해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적은 반드시 이곳으로 침투한다는 생각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 침투작전 장교 사공환 소령은 "사건발생 지역에서 생생한 증언을 들으니 적의 침투전술을 이해할 수 있었고 완벽한 해안경계작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며 "오는 20일부터 실시하는 'Remember 9ㆍ18'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단은 오는 20일부터 1박 2일간 당시 작전상황을 재연해 'Remember 9ㆍ18 대 침투종합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강릉 안인진리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1996년 9월 18일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해상에서 민·군이 좌초된 북한 잠수함을 발견, 같은 해 11월 5일까지 총 49일간 연150만 명이 투입되는 작전을 전개해 침투공비 25명을 소탕했던 작전이다.

강릉 통일안보공원에는 9·18 침투 당시 공비들이 사용했던 잠수함이 해군의 퇴역함과 함께 전시돼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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