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KT가 페어프라이스(공정가격표시) 제도를 시작하자 경쟁사 직원들은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 그 뒤 두 달이 지났다. KT 측은 “조금씩 되는 모습이 보인다”고 자평한다.
페어프라이스란 일종의 휴대전화 가격 정찰제다. 지금까지 휴대전화는 발품을 파는 만큼 가격이 내려가는 상품이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주는 리베이트인 ‘판매장려금’ 때문이다. 대리점 직원들은 통신사로부터 자신이 가입시킨 소비자의 통신요금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들은 제조업체가 주는 리베이트는 사실상 포기한 채 휴대전화 가격을 깎아주는 데 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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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모델에만 적용
6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 종로구와 용산구의 휴대전화 상가 밀집지역을 방문했다. 종로의 한 KT 대리점에 들어서자 ‘9월 페어프라이스 안내표’라는 전단이 눈에 들어왔다. 전단에는 최신 휴대전화의 판매가격이 적혀 있었다. 이 매장 직원은 “여기 적힌 가격 아래로 할인해주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영업하는 처지에서 보면 이윤을 줄여가면서 무리하게 고객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 속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제도 초기라 불만도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소비자 김모 씨는 “인터넷에서 갤럭시S2는 기기 값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봤는데 막상 대리점에 나오니 2년 약정에 24만 원을 내라고 한다”며 불만이었다. 인근의 다른 KT 대리점에서는 “오늘만 우리 대리점이 유치한 가입자 가운데 5명이 보조금을 많이 주는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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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점 61% “고객 신뢰에 도움”
아직 초기라 일부에서 불만은 있었지만 KT의 실험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았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전국 KT 대리점 100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페어프라이스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어프라이스 시행이 ‘판매에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약 58%였다. ‘고객 신뢰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도 61%였다. 또 대리점 쪽에서는 상담시간이 줄어들어 간접적인 비용절감 효과도 거뒀다. 한국갤럽은 “조사 대상 대리점의 고객 1인당 평균 상담시간이 약 2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KT 개인고객부문 나석균 본부장은 “페어프라이스가 불투명한 휴대전화 가격구조에 대한 고객 인식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실질적으로 기기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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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휴대전화 가격 정찰제. 본사에서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한 뒤 모든 대리점에서 동일한 가격에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