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인 시절 통감한 신한의 아킬레스건
한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에 들어와 2009년 신한생명 부회장을 끝으로 퇴직해 ‘야인(野人)’으로 지내던 시절 ‘힘들 때 우산 뺏는 은행’이라는 비난을 주변에서 많이 접했다고 한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당시 한 회장이 ‘신한은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한 회장이 처음 ‘따뜻한 금융’을 얘기했을 때 많은 조직원은 다소 의아해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장학금 제공 같은 사회공헌 활동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1600억 원을 쓸 정도로 사회 기여에 앞장서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 회장은 회사가 수익을 최대한 거두고 그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본업인 금융을 통해 고객을 이롭게 해야 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갑자기 상황이 어려워진 고객을 내치지 않고 안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비올 때 먼저 우산 뺏는 금융회사’라는 고객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 성과주의 30년 ‘신한 DNA’ 바뀔까
한 회장의 승부수가 조직을 이끄는 ‘나침반’이 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한금융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 성과·영업주의로 대표되는 ‘신한 DNA’를 통해 성장해왔다. ‘따뜻한 금융’은 30년 넘게 이어온 임직원들의 사고 및 행동방식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 신한은행 지점장은 “기존의 성과목표와 경쟁 체제에서는 윗분들의 공허한 외침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조직 내 다른 임원과 주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건이다. 신한 내 대다수 임원은 ‘신한이 차갑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신한이 잘하는 걸 시기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여긴다. 한 회장 뜻대로 ‘따뜻한 금융’이 이뤄져 당장 회사 이익이 다소 줄어들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소지가 크다. 일본 주주의 영향력이 큰 신한금융의 특성상 일본 주주들이 납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또 한 회장이 라응찬 전 회장에 비해 카리스마가 다소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따뜻한 금융’이 ‘무모한 도전’으로 끝난다면 자칫 조직 장악력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