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우 기자
8월 초 대폭락이 시작되자 이른바 ‘전문가’들은 당황했다. 어떤 이는 “반성하겠다”고 했다. 어떤 전략가는 “7월부터 낌새를 알아차리고 있었다”고도 했다.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솔직형, 변명형, 하소연형 등 반응이 다양했다는 얘기다.
8월 25일부터 6거래일 연속 지수가 오르며 코스피 1,900을 코앞에 두자 증권가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희망 섞인 보고서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펀드멘털은 나쁘지 않다’ ‘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은 낮다’ ‘과매도 국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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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올해 상반기로 돌려보자. 당시 연말 코스피 2,400 이상을 예상한 근거 가운데 하나는 주가수익비율(PER·낮을수록 주식이 저평가)이었다. 선진국 증시의 PER가 11배를 넘는 반면 한국은 9배 남짓으로 낮아 주가가 오를 여지가 많다는 주장이다.
사실 PER는 한국 주식이 싸다는 근거로 오랫동안 이용돼 왔으나 최근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현재 증권사 리서치센터별 PER는 6.7배부터 9.8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각각 PER 계산에 넣는 종목의 구성이 다르다지만 너무 큰 차이가 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솔직히 한국 증시의 PER는 현재 10배를 훨씬 웃돈다.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낮아도 이를 연말 예상치에 반영하지 않아 PER가 실제보다 좋게(낮게) 나오는 것이다”고 털어놓았다.
‘애널리스트들의 머리와 페이퍼 간 시간 차’가 꽤 길다는 고백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기업들의 연말 실적이 예상보다 낮을 것을 알고도 이를 보고서에 반영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는 얘기다. 그새 일반투자자들은 현실보다 희망이 부풀려진 보고서를 참고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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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