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몸싸움… 연행…
공사가 재개됐지만 반대단체 및 야당이 이날 공권력 투입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3일 예정된 대규모 문화행사에서 경찰과 집회 측의 충돌도 예상되고 있다.
○ 경찰, 새벽에 전격 울타리 설치 작전
이날 새벽 시위대 해산을 위해 대기 중이던 1100여 명의 경찰에게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오전 5시경 강정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외부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중덕삼거리에서 농성 중인 시위대를 압박했다. 오전 6시경 공사현장에서 나와 달라는 해군의 요청을 시위대가 거부하자 경찰이 곧바로 강제해산에 나섰다. 중덕삼거리에 경찰 500여 명이 투입됐으며 나머지 병력은 외곽을 경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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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시위대 100여 명은 경찰 진입에 반발해 거칠게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는 진입로 바닥에 드러누웠고, 현애자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위원장은 중덕삼거리에서 온몸에 쇠사슬을 묶은 채 항의했다.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중덕삼거리에 있는 망루에 올라가 저항했으며 손영홍 천주교 전주교구 신부도 굴착기에 올라가 경찰 진압을 비난했다.
이번 공권력 투입으로 앞으로 기지건설 반대단체 측에 의한 공사방해 행위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울타리 설치 및 경찰 투입으로 공사현장 내 농성장 접근이 어려워진 데다 시위를 이끈 상당수 인사가 연행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강정마을에서 군사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제주참여환경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본부 등의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 “늦었지만 잘된 일”
기지 건설이 또다시 추진되면서 대부분 주민은 “이제야 마을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그동안의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중덕삼거리 농성장을 비롯해 반대단체가 설치한 불법 시설물이 철거되지 않아 또다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강희상 강정해군기지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외부세력들에 의해 강정마을은 무법천지였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기지 공사가 정상을 되찾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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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지 건설을 반대해 오던 일부 주민은 “경찰이 뒤통수를 쳤다”며 반발했다. 주민 강모 씨(60·여)는 “평화적으로 치르기로 한 문화제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경찰력을 강제 투입한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 충돌 가능성 여전
이날 공권력 투입으로 공사는 재개됐지만 반대단체가 ‘해군기지 백지화’ 운동을 계속 펼칠 예정이어서 진통은 장기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일 반대단체 등이 주최하는 ‘평화문화제’가 관건. 전세비행기, 평화버스 등을 이용해 이날 강정마을로 들어오는 반대단체 측과 경찰이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높다.
윤종기 제주지방경찰청 차장은 “기지 공사장 외곽에서 벌어지는 문화행사가 평화적으로 치러진다면 굳이 막을 이유는 없다”며 “다만 시위로 변질되거나 기지 공사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면 원칙에 따라 제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은 앞으로 공사현장에 공사에 따른 부유물질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오탁방지막을 설치하고 서방파제가 들어설 예정인 공유수면에서 준설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방파제를 구성하는 케이슨(바닷물이 오갈 수 있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비롯해 공사를 위한 각종 콘크리트 블록도 제작한다.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에 있는 케이슨 작업장을 다시 가동하고 기지 공사장에도 케이슨 작업장을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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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